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을 맞은 지난 한주간은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생각날 만큼 제법 찬바람이 불어대 봄이라고 가볍게 입었다가 감기가 걸리는 등 낭패를 보는 사람을 여럿 보았습니다.그러니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기상정보를 확인해 보고 적극적으로는 창문을 열어 얼굴을 내밀어 보면서 옷차림을 결정해야 했고, 강하게 불어대는 바람에 그나마 규칙적으로 학교운동장에서 걷기운동을 실천하던 분들마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그런데 주말부터는 따뜻해지면서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래간만에 하늘마저도 예뻤던
신조어 가운데 ‘MZ세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MZ세대라고 하면 왠지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일 것 같고, 타인보다는 자기중심적일 것 같고,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이기적일 것 같으며, 미래를 준비하기 보다는 지금 당장의 만족을 추구할 것 같다는 생각을 무의식 속에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그리고 ‘인생은 오직 한 번 뿐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른바 욜로족이 이 MZ세대 가운데에 가장 많을 거라는 생
충남 당진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지난 달 중순 즈음에 건강검진을 통하여 ‘암이 의심되니 큰 병원을 가보라’는 지역 병원의 권유를 받고 지체하지 않고 정밀 검사를 위해 서울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그런데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암덩어리가 이미 너무 커져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하루속히 제거수술을 하지 않으면 뼈로 전이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담당의사는 이미 수술 일정이 꽤 밀려있었기 때문에 순서에 따라 날짜를 잡아주면서도 혹여 수술 날짜를 앞당길 수 있는 기회가 오기
기나긴 겨울방학동안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을 즐기던 우리집 녀석이 기본 양심이 작동을 했는지 중3 새 학기 첫 날 첫 등교를 위하여 꽤 일찌감치 눈을 떴습니다.얼굴을 보니 긴장감이 역력한데 설레임 가득한 목소리로 반 친구들에게 어떤 인사를 건네면 좋을 지, 또 친구들과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뭐가 있을 지를 묻습니다. 평상시 말수도 적고 씨크해 보이기까지 하는 녀석인지라 아무런 관심도 없는 줄 알았는데 내심 이리저리 고민한 흔적이 보여 마음속으로 안심이 됩니다.친화력이 꽤나 좋아 보이는 엄마이니 자신에게 명쾌한 답을
“텅 빈 방을 들여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더라구요. 태어나서 한 번도 품을 떠나본 적이 없었는데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을까 염려도 되고, 친구처럼 늘 조잘대고 함께 깔깔깔 웃고 그랬는데 딸이 없으니 이제 웃을 일도 없을 것 같아 벌써부터 우울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오네요!”지난 주말에 지인이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게 된 딸을 바리바리 짐을 싸 기숙사에 올려 보내놓고 목소리가 한겨울 미처 뽑지 못해 서리 맞은 배추마냥 시들시들 합니다. 늘 씩씩하던 딸도 생애 처음 부모의 품을 떠나 혼자 남겨지게 되어 불안했는지 발길을
장애아가족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 안내문을 접하고 자폐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친구가 적극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목소리가 처음에는 씩씩했는데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런 저런 일로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면서 오늘 새벽 슬며시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버렸던 내 우산처럼 그렇게 친구의 목소리가 젖어들고 있었습니다.“SNS에 올라 온 글을 읽었는데 장애인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 이 글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한 지 알고 싶어서 댓글을 살펴보는 가운데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5일 대목장을 맞은 당진전통시장을 찾아보았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한산하지 않을까 내심 염려하면서 입구에 들어섰는데 대목장은 대목장입니다. 상인들은 우비를 입고서라도, 소비자들은 우산을 쓰고서라도 전통시장을 찾아주어 북적대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습니다.시장 안에 위치한 떡집마다 힘차게 뿜어대는 김이 떡집 주변을 감싸고 왕왕 피어올라 간판을 읽기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뿌옇게 피어오른 김을 이리저리 헤치고 겨우 입구 문을 찾아 열고 들여다보니 방앗간 주인장은 김 펄펄 내며 쉴 새 없이 이어
난생 처음 입원해 있는 동안 동갑내기 간병인을 만났습니다. 병동 한 켠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만난 그분은 중국동포로 환한 미소가 눈에 띄게 아름다웠습니다.오래 전부터 24시간 간병인으로 쭉 일해 왔다는 이분의 눈은 벌겋게 충혈 돼 있고, 예쁘장 한 얼굴에 주름이 많아 피부나이가 족히 6-70은 돼 보입니다. 그런데 24시간 이분이 어떻게 일하는 지 지켜보니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이분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활동을 돕고, 식사를 돕고, 보살피고, 개인위생을 돕고, 배설을 보조하며 환자의 안전을 살피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
장시간 의자에 앉아 일을 하는 현대인들이 흔하게 호소하는 고통 중 하나가 요통입니다. 요통은 허리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위험신호를 보내는 것인데 시간이 없다, 혹은 귀찮다는 등의 이유를 대거나 막연하게 별일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척추 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지속해서 부담을 받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무리한 운동으로 허리에 과도한 힘이 전달되면 디스크가 탈출하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이와 같은 사실을 이론상으로는 모르고 있지 않았지만 평상시 약간이라
주중에 화분을 정리하던 중 예고조차 없이 찾아 온 허리병(블랙디스크)으로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고통을 첫 경험해보았습니다.MRI를 통해 바라본 추간판은 가장 바깥쪽에 있는 섬유륜이 하얀색으로 보이고, 안쪽에 있는 수핵은 회색빛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흔하게 정상적인 추간판의 모습이지만 수핵부분이 회색이 아니라 까맣게 변한 MRI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을 '블랙 디스크'라고 합니다.첫 아이 출산 때 경험한 산통 말고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극심한 고통에 혈압이 올랐는지 오심을 느끼고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느끼
새해가 되면 이상하게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새해에는 해낼 수 있을 것 만 같은 소망이 넘실거립니다.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결코 다르지 않지만 새해는 지난날의 삶을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는 새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설레고 좋습니다.새해 첫 날 목사님께서 올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구체적으로 세 가지 적어 내라는데 고민입니다. 주변 사람들 보니까 쓱쓱 잘도 써 내려가서 툭! 미련 없이 제출하던데 아직도 빈 용지를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내 자신에 대하여, 가족에 대하여, 사회에 대하여 바라고 소원하는 일들이 얼마나
학창시절에는 팝송을 두어 번 듣고 따라 하다보면 금세 익혔고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가사를 잊어버리지도 않는데, 지금은 어찌된 일인지 새로운 노래를 배워보려고 귀를 쫑긋하고 들으면서 여러 차례 따라 불러보아도 가사가 쉬이 입에 익지 않아 슬쩍 낙심이 되기도 합니다.“엄마는 좋으시겠어요. 시험도 안보고 공부 안 해도 되잖아요. 나도 빨리 엄마 돼야지!”은근히 꽤 부리며 공부에 전념하지 않는 자식들에게 “공부도 다 때가 있는 법이야.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학창시절에 많이 배워두어라” 하시던 부모님의 말씀은 그냥 으레
학창시절 읽었던 위인전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넘어서도 여전히 교훈으로 남아 삶에 적잖은 영향을 끼칩니다.그런데 약 보름 전 30여 분 남짓한 시간 동안에 걸쳐 우연히 TV 한 프로그램에서 접한 두 인물의 이야기는 마치 위인전 두 편을 대한 것 같이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시간이 흐를수록 그 감동이 가슴 속 깊이 자리 잡아 잔잔한 울림을 줄 뿐 아니라 지나 온 내 삶을 되돌아도 보게 되고, 또 미래를 향하여 가는 길목에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진지하게 가다듬어도 보는 시간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성장하고 있는 자녀들과도 포기하지
“당신에게 기다림은 무엇인가요?”“답답함, 지루함, 초조함, 분노”긍정의 아이콘이라 여겼던 지인의 뜻밖의 대답에 놀라며 그리 생각한 이유를 되물었습니다.“아침마다 출근길에 아들을 학교에 태워다 주고 직장을 가야하는데 시동을 걸어놓고 기다려도 함흥차사 내려오지 않는 아들을 향한 제 마음입니다.”그저 기다림은 늘 기대이고, 희망이고, 설레임이고, 그리움이고 그렇게 낭만의 아이콘인 줄 만 알았는데 이분의 답을 듣고 보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해석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을 알았습니다.“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통 연락이 없어요.”3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 보며 지난 한 해를 반성해 본다/말씀 안 들어 부모님 속 썩이고 아파서 학교 쉬던 날/나를 위해 얼마나 걱정하셨나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까/짝지와 다투고 먼저 토라졌던 일/ 거리에 자선냄비 그냥 지나쳤던 일/키는 한 뼘이나 컸는데 생각은 늘 그대로 모두가 후회스럽고 잘못한 것뿐/내년에는 다시 안 그래야지 착한 아이 되어야지/한 장 남은 달력을 가만히 쳐다보며 지난 한 해를 생각해 본다올해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바라보면서 시원섭섭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연히 접한 초등교과서에 실린 ‘한 해를 보내며’라는
한 날 오후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 참석했는데 평소에는 없던 순서가 추가돼 있습니다. 어떤 분이 정치계에 발을 내딛고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주최 측의 배려로 잠시 단상에 오른 것입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기꺼이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모두 귀를 기울이는 듯 했습니다.그런데 아직 회의조차 시작도 못한 상황에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니까 슬슬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청중이 모두 여성인지라 회의를 마치고 나면 속히 가정으로 돌아가 저녁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입장이 있는데 길어지는 연설
“나의 보물 1호가 멀쩡하게 살아 돌아와서 얼마나 감사했는지.....”지난 주말 아침 새벽에 나갔던 아내의 귀가시간이 늦어져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리는 아내 대신, 낯선 여인이 아침 댓바람부터 집 초인종을 연신 눌러대니까 순간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심장이 내려앉고 엄청 당황스러웠노라 놀란 가슴 추스르며 남편이 해 준 말입니다.아내가 도착하기 전에 한 발 앞서 먼저 도착한 지인이 단지 두고 간 핸드폰을 전해주려고 초인종을 눌러댄 것이었는데 그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교차하며 매일 안전하게 건강한 모습으
최근 급격히 날씨가 추워지면서 외출할 때 옷차림이 자꾸만 두꺼워지고, 가정마다 보일러 연통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저마다 열정을 불태우며 열일 합니다.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소외계층에게 이렇게 추운 겨울을 맞이하는 일은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맘때면 어김없이 개인은 물론 기관이나 단체에서 나서서 활발한 나눔 활동을 벌입니다.태안에서는 겨울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에게 산림 사업을 하고 나온 부산물을 땔감으로 이용하시라고 전달했습니다.천안논산고속도로(주) 임직원들은 공주시청을 찾아 관내 난방 취약계층이
강풍을 동반한 가을비가 멎었는가 싶더니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오늘 이른 새벽 평상시처럼 입고 외출했다가 깜짝 놀라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옷을 단단히 챙겨 입을 것을 권면했습니다.이렇게 추위가 시작되면 반갑지 않은 감기가 찾아와 기승을 부립니다. 미리 약속한 식사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못한 지인들에게 안부를 물으면 요즘 유행한다는 A형 독감에 걸려 힘들어들 하고 있었습니다. 독감 걸린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어서 집에서 돌보느라 꼼짝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 하는 분도 있습니다.남일 인줄만 알았는데 하루 전부터 인후통이 살
주위를 깊이 둘러보지 않아도 너나없이 마음이 아픈 사람이 참 많습니다. 한 의료계 종사자가 말하기를, 근래에 조용하고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 중 하나가 공황장애, 공황발작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아도 이웃 가운데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불면증으로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어요. 약을 먹고 잠이 든다고 해도 붕 뜬 느낌이어서 늘 불안정한 상태의 연속이에요.”“우리 딸이 원인 모를 우울증을 앓고 있어서 걱정이에요. 우울증 약이 살이 찌나 봐요. 그렇게 밝았던 아이가 병 낫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