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0일 오전10시 두 사내가 승용차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 농촌 들판을 뚫고 꼬불꼬불 뻗은 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다. 12월의 농촌은 초겨울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북풍이 불어와 가볍게 승용차를 흔들고 추수 때 베어낸 농토위로 하얀 눈이 수북이 앉아있다. 이연준과 이기윤이 탄 승용차는 10분여를 달려 파란 기와가 돋보이는 농가에 멈춰 선다. 「본부장님,
12월19일 저녁8시 희망영농조합 사무실에서 조합장과 이정수, 신미연이 함께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들은 <주간충남>앞 항의집회 현장에서 30분마다 전달하는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계속 명령을 내리고 있다. 항의집회에 나선 지 2시간이 지났지만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상황을 방금 전에 보고 받았다.「이 편집장
12월18일 오전9시 <주간충남> 사무실에는 편집장 김재진을 비롯해 3명의 상근기자와 5명의 주재기자가 함께 모여 새벽에 배달되어온 신문을 살펴보고 있다. 오늘자 새로 나온 신문에는 이기윤 주재기자가 작성해서 올린 영농조합 관련기사가 1면에 실렸다. 이 기사는 영농조합이 농업보조금을 적정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비판보도였다. <주
12월16일 새벽3시20분 승용차 한 대가 서산중앙병원 1층 현관 앞에 멈춰선다. 이연준이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어 놓은 채로 현관안쪽을 주시하고 있다. 1분도 넘지 않아 목발을 짚은 김재진과 팔에 깁스한 서인애가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빠져나와 대기하고 있던 이연준의 차에 올라탄다. 굉음과 함께 빠져나온 차는 톨게이트를 지나 빠른 속도로 서해안 고속도로에
12월14일 오후5시 <주간충남>사무실은 모처럼 평온한 오후를 맞이한다. 서인애가 구해준 투자자가 1억 원을 신문사 통장에 이체하자 바로 인쇄비 미수금부터 시작해서 당장 급한 외상값을 순서대로 결제했다. 이제 한동안은 미수금 독촉전화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편집장 자리에 앉아서 기자들이 올린 기사를 체크하던 김재진도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이
12월13일 오후2시 점심시간이 끝난 나른한 오후 김재진이 입원실 침대에 누워 화창한 12월의 하늘을 감상하고 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 다리만 괜찮으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인사를 드리기도 하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눌 법도 한데 생각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번 주 들어서는 그의 마음을 짓누르는 중압감이 더욱 커진다. 당장 인쇄소에서 남은 미수금을
다음날 오전9시 청수마을 앞 푸른빛이 감도는 저수지에서 밀짚모자를 쓴 노인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최현범은 생각할 게 많으면 이곳에서 홀로 낚시에 빠진다. 청수마을로 이사 온 지 15년이 흘렀다. 처음 왔을 때는 그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넋이 빠져 있었다.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을 찾아내어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고 처절한 고통을 안겨주고 싶었다
12월9일 오전8시30분 <주간충남>사무실에서는 아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 신문사 구성원 6명이 모두 참석했다. 편집장 김재진도 목발을 짚고 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대단히 긴장된 분위기다. 김재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광고주들을 협박한 작자가 청수마을 청년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작자 뒤에는 더 크고 무서운 세력이 있는 줄 압니다만 아직은
12월8일 새벽2시 4차선도로변 한빛가구점 간판이 마주보이는 길 건너편에 차량들이 인도를 따라 일렬로 주차되어있다. 예전 같지 않게 이곳도 차량통행이 증가하면서 거주인구가 늘어났고 주차장이 부족해진 상황이 되어 야간에는 도로변에 주차된 차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최근에는 수도권 공장들이 땅값이 싸다는 이유 때문에 이주하고 있어서 원룸촌이 늘었다. 대도시
“지난 2월7일에 내려주신 글월에 편안하시다니 위안이 되었습니다. 평안감사가 보고한 가운데 박난영이 거느린 오랑캐 통역 김봉산이 보고에 의하면 한인을 잡으려 하였지만 거절당하고 이제 와서 가도를 공격하자니 큰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한 말들은 머리와 끝을 알 수 없으니 이 모두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다음 서신에서 상세히 알려두시기 바랍니다. 며칠
12월7일 오전10시 <주간충남>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린다. 사무국장 진현미가 신문을 정리하고 있다가 벨이 울린 지 세 번째 만에 수화기를 든다. 「주간충남신문사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여기는 그 신문사에 광고를 싣고 있는 업체인데요. 오늘부터 저희 광고를 빼주세요.」 광고를 빼달라는 전화가 오늘만해서 벌써 세 번째다. 진현미가 그동안
12월6일 오후8시 김재진이 입원해 있는 병실에 취재부장 이정수가 들어선다. 어제 편집장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신문사 기자들은 모두 병문안을 왔었다. 그러나 이정수와 신미연은 오지 않아서 섭섭한 마음이 많았던 김재진이다. 그 두 사람은 특별히 김재진이 채용한 사람들이다. 대학 후배들이라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기자들이었다. 그러나 실종사건을 겪은 후
12월6일 오후2시 이연준이 김재진의 입원실을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오전에 박 형사를 만나 파악한 정보를 말하고 있다. 어제 김재진을 찾아와 방문조사를 진행한 형사에게 그는 상세하게 사건의 진상을 진술했었다. 그러나 이연준이 알아 본 정보에 의하면 김재진의 진술과는 다르게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 된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다. 「본부장님, 이대로 두고 볼 수
12월6일 오전10시 이연준이 서산경찰서 앞 다방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형사시절 후배였던 박정호 형사를 만나서 최근의 사건에 대해 정보를 알아 볼 속셈인 것이다. 이연준 기억에 의하면 박 형사는 수사 감각은 좀 부족했지만 선배가 일을 시키면 성실하게 일처리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너무 잘난 사람은 공무원 생활 오래 해먹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듯이 잘
12월5일 오후8시 청수마을 청년회 사무실에서 5명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늘 하루 동안 이 마을 청년들은 정신없이 보냈다. ‘그분’의 명령을 받은 청년회장 민주혁이 갑작스럽게 마을에 남아있던 5명의 청년들을 이끌고 두 사람을 납치하려다 실패로 끝난 것이었다. 마을 청년들은 지난 3년 전부터 행동이 변하기 시작했다.
12월5일 오후3시 서인애와 한 남자가 전원주택을 방문한 직후 최현범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정태섭 가족사건이 완전히 마무리 된 후 서인애를 데려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 밖에도 그토록 원하던 그녀가 자신의 집을 찾아온 것이다. 서인애의 매력에 푹 빠진 최현범은 평소의 치밀한 그답지 않게 서두르고 있다. 남자는 여자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있다.
12월5일 낮12시가 조금 안됐다. <주간충남> 상담실에서 서인애의 제보를 녹음하며 정태섭 가족 사건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던 김재진은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서인애에게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한다. 처음 만난 제보자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색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서인애에게 호감을 느낀 김재진의 마음에서 나오는 제안이다.이에 서인애는 약
12월5일 오전10시 서산경찰서 서장실에는 조영우 서장과 최현범이 마주 앉아있다. 최현범은 잠시 서장실을 둘러보다 어떤 물건을 보더니 벌떡 일어서서 다가간다. 「야아. 이 상패 좀 봐. 우리 조 서장 참 대단하네. 시민단체에서 주는 감사패에다 장애인단체에서 준 공로패, 경찰청장에게 받은 표창패까지 좋은 상을 많이 받았네? 이렇게 훌륭한 일을 많이 한 분께서
[대표기자논단] 서영태 (사)전국지역신문협회대전충남회장 지난 30일 지곡면 무장리 서산일반산업단지 내 공사현장에서 ‘SK이노베이션 서산 전기차용 배터리공장 착공식’이 열렸다. 이 업체는 올해 11월까지 이곳 서산일반산업단지 ‘오토폴리스’에 1차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12월5일 오전9시20분 <주간충남>편집실에서 기사를 검토하고 있던 김재진에게 사무국장 진현미가 다가와서 어떤 분이 찾아왔다고 알려준다. 상담실에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혼자 앉아있다. 시골도시에서는 흔하지 않은 미모를 지닌 여성으로 어느 누가 봐도 호감이 갈 만한 인상이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저는 서인애라고 합니다. 정 회장님 사건과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