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마저 일제고사 준비로 방학중 보충수업

 

초등학생들의 방학이 사라졌다. 우리고장 16개 초등학교 6학년 학생 중 상당수는 40여일 안팎의 이번 여름방학 동안 평균 4주 정도를 학교에 나가 보충수업을 받는다.

지난해까지 주로 특기적성 등 예·체능 중심으로 짜여졌던 방학 프로그램과 견줘보면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일선 학교의 교장, 교감 등 학교 현장에서는 학력 부진을 보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전국단위 학업성취도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무리한 보충수업으, 단순 문제 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산교육청이 지난 7월1일 군내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다섯 과목에 대한 자체 진단평가를 실시하고 10월 13일에 추가로 두 번의 시험을 더 치를 것이란 계획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큰 시험을 위한 작은 시험이 이어지며 학생들은 물론 교사, 학부모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금산초등학교는 6학년을 대상으로 이번 여름방학 동안 4주 간 하루 3시간씩 교과보충수업을 실시한다. 학교측은 사전에 학부모들에게 희망서를 받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초등학교 역시 1·2차로 나누어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3주 간 보충수업을 실시한다.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4일까지가  2차 보충수업 기간이다. 이 학교 역시 희망자를 받아 자율적으로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 치러진 금산교육청 자체 진단평가에서 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모초등학교는 보충수업 시간이 여타 학교에 비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4교시이상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세 학교 모두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시험과목으로 채택된 과목에 대한 수업이 핵심이다.

이들 학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군내 초등학교가 이름과 기간을 달리할 뿐 여름방학을 활용한 교과 중심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율 참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속사정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치러진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다. 당시 충남도는 전국에서 하위권을 기록했고 금산 역시 충청남도 내에서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오는 10월 13일 두번째 치러지는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서 등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지역 교육청과 학교들이 시험 점수 끌어올리기에 열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내년에 전국 교육감 선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 지역 교육감들이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자신들의 치적사업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그 만큼 각 지역 교육청들이 경쟁적으로 문제풀이식 보충수업에 매달릴 가능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보충수업 참여를 거부한 학부모 임모씨는 “방학이라고 해봐야 겨우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그 중 20일을 문제풀이식 수업을 하는데 애들을 내모는 것은 정상이 아닌 것 같다”며, “그런 방식의 수업이 아이들에게 무얼 가르치겠나 점수로 줄 세우고 경쟁하고 이기고 하는 것 밖에 더 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중학교 가면 무한 경쟁을 치를 아이들인데 방학만이라도 쉬고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군내 한 초등학교 교감은 “사실 겉으로는 아니라 하지만 일선 학교들은 걱정이 많이 된다. 열린 교육이 중요하다지만 막상 10월 13일 시험을 보고나서 ‘또 금산이 전국에서 몇 등이고 우리 학교가 몇 등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부담이 많이 된다.

지역간, 학교간 비교가 되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같은 논란들에 대해 금산교육청은 학력신장을 위한 불가피하고 자율적인 선택임을 강조했다. 금산교육청 관계자는 “등수 매기는 것 자체에 근본적으로 반대를 하지만 지난해 결국 전국적인 등수가 나온 상황에서 금산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실상, 금산 지역의 학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학교가 이 부분을 책임지지 않으면 학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학교에 믿고 맡길 수 있겠나? 10월 13일 시험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교육장은 뭐했나? 교사들은 뭐했나?’이런 비난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을 보내지 않고 학교 수업만으로 정상적인 교육이 다 이뤄져야 한다. 자체진단 고사는 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올바로 처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선생님들이 사랑으로 가르쳐야 올바른 교육이 된다. 보충수업이 단순 문제풀이로 돼서는 이를 실현할 수 없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산신문 김상희 기자gsm71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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