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늦둥이 둘째아이 출산을 10여일 앞두고 있다. 모든 게 새롭기만 하다. 신생아실 간호사 경력이 무색하게 아기 목욕시키는 일조차 새삼스럽게 느껴져 이리저리 자료를 뒤져보며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원래 뭐 그닥 출중한 몸매는 아니었지만 자꾸만 자꾸만 요상스럽게 변해가는 듯한 내 모습이 거울 속에 비추일 때마다 이내 적응이 안 되어 철없이 우울한 날도 많았다. 손과 발이 코끼리처럼 부어오르고 입을 모아 곱다던 피부는 뜬금없이 뽀드락지가 돋아나고 고품격 화장품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주말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싱싱 달리는 일도, 맵시 나는 청바지를 입는 것도, 스릴 넘치는 액션영화나 공포영화를 보는 것도, 등산을 빙자한 관광도, 빠른 걸음도, 맘껏 달리는 것조차도 할 수 없다.


  꼬박꼬박 세끼를 잘 챙겨 먹는데도 수시로 눈앞은 폭죽이라도 터지는 듯 어질어질 하다. 소화가 안 되면 민간요법으로 손을 따고, 두통을 동반한 감기라도 걸리면 뜨거운 물만 연신 들이키면서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어린아이처럼 알약을 먹는 일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매일 철분제를 아무렇지 않은 듯 최면 걸어 삼키는 것도, 반듯이 눕는 것도, 누웠다가 일어나는 일조차도 버겁게 느껴지고 밤사이 수차례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잠을 설치는 일도 다반사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기쁨과 감사함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엄마이기 때문이리라.

 

*전미해 기자의 '사람향기'는 출산휴가 관계로 당분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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