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부석면 취평리 도비산(352m)자락 중턱에 자리잡은 부석사(浮石寺). 

 

이 사찰은 영주 부석사와 이름이 같고 창건설화도 같은 쌍둥이 사찰로 1천300년 전 의상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곳에는 의상스님과 선묘낭자의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 바다에 떠 있는 '부석'에 대한 전설이 넘쳐난다. 

 

부석사는 소박한 사찰의 규모로 1999년 주지로 부임한 주경(47)스님이 보살피는 인근지역 아이 4명을 포함해 10여 명이 살고 있다.

 

주경스님은 수필가로서도 활동 중이며 대표작으로는 지난 11월 2일 발행한 ‘미안하지만 다음 생에 계속 됩니다’와 네 아이와 알콩 달콩 살아가는 삶의 흔적들이 배어 있는 ‘나도 때론 울고 싶다’ ‘하루를 시작하는 이야기’ ‘지혜의 길’ 등 베스트셀러 저자로 잘 알려진 조계종의 작가다.

 

주지스님이 유명한 작가라니 뭔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취재팀은 설레는 마음으로 도비산 부석사 주지 주경스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문] 부석사(浮石寺)의 창건설화와 역사는


부석사는 677년 우리나라 화엄종의 개조이신 의상스님과 용으로 변해 의상스님을 지킨 당나라 여인 선묘낭자의 애틋한 전설로 창건되었다고 전하는 ‘극락전’의 상량기와 1330년 우리 부석사에서 조성된 아름다운 관세음보살님이 지금 일본의 대마도 관음사에 모셔져 있어 천년 고찰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무학스님이 중창하시고, 근대에는 한국불교를 중흥시킨 경허, 만공 대선사들께서 이 도량에 머무시며 수행정진 하셨습니다. 인중지룡(人中之龍)을 길러내는 곳이라는 '목룡장(牧龍莊)'과 지혜의 검을 찾는 곳이라는 '심검당(尋劒堂)' 현판은 경허스님의 글이고, 큰방에 걸려있는 '부석사(浮石寺)' 현판은 1941년 만공스님께서 70세에 쓰신 글입니다. 그리하여 근대에는 선종(禪宗)을 중흥시킨 대선사(大禪師)이셨던 경허(鏡虛)스님과 만공(滿空)스님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역사가 깃든 도량으로 참으로 눈 밝은 수행자들이 이곳에서 면면이 수행가풍을 이어 내려왔습니다.


 

문] 부석사에서 시작한 템플스테이(temple-stay)는 무엇인가  


즐거운 체험, 편안한 휴식을 모토로 이루어지는 부석사의 템플스테이는 세상사의 번잡함과 인간중심의 세상에서 벗어나 산사의 여유로움과 평화로움 속에서 하루를 지내는 것입니다. 참가자는 도비산과 천수만 등지에서 살아가는 생명들과 생태환경을 통하여 자연과 인간이 한 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 생각하는 딱딱하고 힘든 수련 프로그램과는 달리 스님과 함께 차를 마시며 다담을 나누고, 산사의 수행과 삶을 이해하며 자연의 넉넉함을 여유롭게 누릴 수 있습니다. 부석사 경내의 아기자기한 경관과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서해바다의 일몰은 고향집 같은 푸근함과 더불어 자연의 넉넉함과 아름다움을 맘껏 느끼게 할 것입니다.

부석사 템플스테이는 서울 경기지역과 대전지역에서 1시간 30여분의 거리에 있는 사찰로써 연중 어느 때나 가능하며 전통문화와 산사의 수행과 생활을 체험하는 시간으로 예불, 다도, 참선, 염색체험, 염주 만들기 등 한국불교 전통의 생활, 그 맛과 멋을 피부로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문] 주경 주지스님께서 평소 좋아하시는 법문과 그 내용은


콧구멍이 두 개인 이유를 아십니까? 어느 날 한 사미승이 노스님께 야단맞고 쫓겨 나와 울고 있었습니다. 이유를 들어본즉 본인은 잘 모르지만 아무튼 뭔가 잘못했던 모양인지 노스님이 갑자기 “너 사람 콧구멍이 왜 두 개인지 아니?”라며 물어오더라는 것입니다. 느닷없는 질문에 황당하기도 하고 좋은 생각이 안 나서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했답니다. 그랬더니 노스님이 “아이구, 너 같이 답답한 사람을 만나면 숨이 막히니까, 하나로 부족해서 두 개인 거야.”라고 했답니다.

그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노스님이 말한 콧구멍이 두 개인 이유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훌쩍거리며 말하는 사미니 스님의 순수함도 재밌었지만, 화가 난 노스님과 어린 사미니의 상황이 갑자기 눈에 선명하게 떠올랐던 것입니다. 잠시 동안의 위로와 도닥거림에 금방 웃음을 되찾은 사미니 스님은 노스님께 돌아갔습니다.

어떤 불자님들은 이야기 합니다. “스님, 세상살이가 이렇게 힘들고 답답할 수가 없어요. 도무지 대화가 안 돼요‘”

가족관계나 사회생활에서 막히고 닫힌 상황을 만나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하소연하곤 합니다. 다른 어떤 일보다 사람사이에 말이 안 통하는 것이 제일 힘들고 어려운 경우입니다. 그럴 때 콧구멍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작은 콧구멍이 있어서 우리의 육신이 편하게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세상사도 마찬가지니 콧구멍만큼만 여유를 가지라고. 세상을 너무 좁고 치우친 한 구멍으로만 보지 말고 여분의 콧구멍 하나를 만들어 보라고 권합니다. 어느 순간 정말 기가 막히고 답답한 상황을 만났을 때, 콧구멍이 두 개인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문] 일곱 번째 부석사 산사음악회를 개최했는데 배경과 의미는


7년 전 천수만의 새와 자연에 조예가 깊은 신 황종현 선생님과 지금까지도 기획과 사회를 맡고 계신 홍성희 선생님을 주축으로 부석사에 오고 가는 사람들과 멋진 가을 정취를 함께하며 정서를 나누고자 소박한 음악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연과 선율이 만나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함께하고자 하였고 어느덧 일곱 해를 넘겼습니다.

이제껏 같이 해 오신 부석사 식구들, 찾아주신 분들, 기획과 준비를 해주신 모든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온 것에 대해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대중문화에 휩쓸리지 않고 아름다운 문화와 음을 선사하기 위해서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문] 지역민들에게 평소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대에 출가하여 충청도에 산지 어연 20여년, 팔봉산을 오르내리고 해미읍성 집 앞의 칼국수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이제는 충청도 사람이 다 되었습니다. 짧게는 오늘의 공부가 내일의 성과로 드러나고, 길게는 살아온 10년의 삶이 앞으로의 10년을 결정하며,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가 사는 생이 원인이 되어 다음 생을 낳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생에 주어진 숙제를 내일로 미뤄서는 안 됩니다. 오늘 누려야 할 행복을 포기하고 다음 생을 기약해서도 안 됩니다. 오늘을 바탕으로 내일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연속극처럼, 우리의 생도 그렇게 한 올 한 올 전생이 현생으로, 현생이 내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가 그 자체로 온전히 끝맺음될 때, 우리는 내일 그늘이 없는 새롭고 청량한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이생에서 늘 미소 짓던 사람만이 다음 생에 시원한 함박웃음의 잔상을 건넬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생에 계속 됩니다'로 끝맺음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행/ 충남포커스 한상규 기자

 

 

부석사 전경

부석사 전경

 

산신각 뒤에서 바라본 부석사 전경

산신각 뒤에서 바라본 부석사 전경

부석사 전경

부석사 전경

인터뷰 중 차마시는 주경 주지스님

인터뷰 중 차를 마시는 주경 주지스님

지난 10월에 열렸던 일곱 번째 부석사 산사음악회 모습

지난 10월에 열렸던 일곱 번째 부석사 산사음악회 모습

지난 10월에 열렸던 일곱 번째 부석사 산사음악회 모습

지난 10월에 열렸던 일곱 번째 부석사 산사음악회 모습

 

충남포커스/8면/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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