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소개

저널리즘 장편소설 <무서운 마을>은 기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창작해낸 작품입니다. 작품 속의 주인공들을 따라 다니며 읽어 내려 가다보면 마치 어느 신문기사에서 보았던 적이 있는 실제 사건일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만큼 생생한 현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세계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지역 공동체를 위협하는 존재에 대한 저항을 담으며 스릴 넘치는 전개로 이어집니다.
이 작품을 저술한 서영태 저자는 15년여간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상상력으로 <무서운 마을>을 창작해냈습니다. 기사라는 형식으로 담을 수 없는 작품을 소설형식으로 만들어냄으로써 기존의 소설과는 차별화 된 저널리즘 장편소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본지는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연재를 시작합니다.








서영태 「저널리즘 장편소설」  무서운 마을


󰡒실화보다 더 실화 같은 이야기󰡓
󰡒지역사회를 파괴하는 거대한 음모󰡓




[제1화] 잠 입

11월22일 밤12시20분
「바스락 바스락」 낙엽이 운동화 아래서 신음하며 부서진다. 하필이면 이렇게 칠흑같이 어두운 야밤에 낙엽 쌓인 정원에서 소리를 죽이며 발걸음을 떼는 한 남자.
「낙엽 밟는 소리가 너무 커」
남자가 속삭인다. 그 뒤를 두 걸음 정도 떨어져 다가선 물체, 멀리서 비추는 가로등 희미한 불빛에 어깨까지 흘러내린 머리카락의 윤곽이 틀림없는 여자다.
「뭘 그렇게 소심해 가지고... 선배, 불 꺼진 거 안보여? 아무도 없잖아」
투덜대는 여자의 목소리는 앙칼지게 들렸지만 역시 조심스럽게 속삭인다. 두 사람이 다가가고 있는 곳은 가야산 자락 2000여 평쯤 돼 보이는 정원에 둘러싸인 2층짜리 저택. 그 정원을 건너 현관에 다가선 두 남녀는 잠시 머뭇거린다. 남자가 여자에게 속삭인다.
「전 씨 아줌마가 말했던 비상열쇠, 어느 쪽이야?」
「왼쪽으로 돌아서 두 번째 창문 밑 화분」
남자가 창문을 더듬거리다 화분을 뒤져 결국 열쇠를 찾아서 다시 현관으로 돌아온다. 남자가 뒷주머니에서 꺼낸 담배 값 모양의 손전등으로 현관을 비추자 경찰이 사건장소에 설치하는 「폴리스라인」이 걸쳐져 있다. 이 저택은 어제 오전10시쯤 경찰 싸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던 사건현장이었다. 이집주인이었던 정태섭 부부가 함께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은 전 씨 아줌마였다.

전씨는 5년째 이 집을 드나들며 집안일을 하던 50대 중년 아줌마였다. 전 씨가 아침에 출근해보니 거실에서 피를 흘리고 엎어져 있는 두 부부를 보았다고 했다. 그 무서운 장면을 보자마자 손발이 떨리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경찰에 알린 것이다. 이 저택에 소리를 죽여 가며 다가선 두 남녀는 비상열쇠로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폴리스라인을 통과할 때는 허리를 잔뜩 숙여가며 엉거주춤 자세로 들어갔다. 여자가 또 불만에 찬 소리로 말한다.
「선배,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거야?」
「그러니까 나 혼자서 온다고 했잖아. 오지 말라는 데 왜 따라와서 자꾸 귀찮게 해?」
「나야, 걱정되니까 왔지. 어떻게 혼자 보내냐?」

이 두 남녀는 3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는 지역 주간지 선후배 사이다. 남자는 35세 이정수, 여자는 28세 신미연. 이정수는 충남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지방중견 건설회사에서 3년간 근무하다 적성에 안 맞는다며 그만뒀다. 그 후 6개월간 방황하다 대학 선배가 운영하는 <주간충남>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벌써 7년이 지난 취재부장이다. 신미연은 이정수의 대학 2년 후배로 과는 영문학과였지만 동아리활동을 같이하다보니 절친해졌는데 취직을 못하고 놀고 있다는 소식에 이정수가 추천하여 마침 비어 있는 자리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녀는 현재 3년째 근무하는 평기자다.

어제 오전 8시30분 평소처럼 출근해서 편집회의를 하던 신문사에 전화가 울렸다. 소방서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지금 119구급차가 경찰요청으로 출동했는데 살인사건이래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구급대원이 제보한 것이다. 편집회의를 하다말고 김재진 편집장의 눈이 신미연 기자에게 꽂혔다. 그 것은 무언의 명령이었다. 빨리 카메라 메고 출동하라는 무언의 명령. 그렇게 투덜거리며 신미연이 출동한 곳이 바로 이 저택이었다. 손전등으로 비춘 거실은 TV에서나 보던 재벌 집 저택 수준의 세트장처럼 넓고 화려했다. 화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이태리가구가 풀세트로 널려진 모습이 손전등 불빛에 스쳐지나가더니 거실중앙 카펫 위로 선명한 핏자국이 드러났다. 죽은 부부가 발견됐던 곳에 경찰이 그려놓은 사람모양 흰색선이 눈에 들어온다. 이정수가 속삭인다.
「이 집 관리한다는 전 씨 아줌마 말이야. 그 아줌마 말을 정말 믿어도 될까?」
「글쎄 틀림없다니까요. 그 아줌마는 동네 사우나에서 종종 만난 주민인데 워낙 말이 많아 서 집안일 구석구석까지 다 떠벌리고 다닐 정도로 친했던 아줌마라니까, 선배」

조심스럽게 대답하던 신미연이 책장으로 장식된 벽면을 주시하다가 천천히 다가서 바닥 카펫을 걷어낸다. 맨살을 드러낸 나무 바닥의 홈을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건드려보더니 뭔가 기다랗고 가는 쇠뭉치를 건져 올린다.
「선배, 이거야 이거, 아줌마 말이 남자 주인이 몰래 이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었대. 몇 개 월 전 퇴근한 후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다시 들렀는데 주인 남자가 이곳으로 들어가는 걸 창문 밖에서 똑똑히 봤다는 거야.」
이정수는 신미연이 발견한 꼬챙이 같은 쇠뭉치를 힘 있게 잡아당기자 사람 한명 들어갈 정도의 사각 홈이 열린다. 그리고 자동센서들이 달렸는지 아래쪽에서 갑자기 형광등 불빛이 켜지면서 좁고 긴 나무계단이 눈에 펼쳐진다. 두 사람은 잠깐 숨죽이며 서로의 눈빛을 확인한 후 삐걱대는 계단을 한발 한발 내려가기 시작한다. 10계단 정도 밟아서 바닥에 닿자 밝고 찬란한 불빛아래 100여 평의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그 곳에는 이 저택거실보다 더 화려한 인테리어가 설치된 숨겨진 공간이 있다. 100여 평이 원룸처럼 터진 구조에서 대형침대가 3개, 고급 소파가 여러 개 보였으며 벽면에는 100인치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벽면TV가 장식되어 있었다. 탁자위엔 하얀 약포장지처럼 여러 개의 작은 사각형 종잇조각이 널려 있고 반쯤 펼쳐진 종잇조각 안엔 하얀 가루가 언뜻 엿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크기의 주사기가 여러 개 늘어져 있는데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스친 이정수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거 마약 아니야? 가끔 경찰에서 수사발표 할 때 이런 증거물을 즐비하게 카메라 앞에 내놓았잖아」
「선배, 이거 특종 잡은 거 같은데. 잘은 모르지만 선배 말이 맞는 거 같아. 그렇지 않 고서야 이렇게 밀실을 꾸며 놓았을 리는 없잖아.」

두 사람이 진지하게 말을 주고받으며 준비해온 카메라를 꺼내 수상해 보이는 하얀 가루와 주사기를 찍기 시작한다. 카메라 플래시가 이정수의 손에서 세 번째 터지는 순간 갑자기 뒷머리 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뇌를 출렁거리더니 이내 다리 힘이 풀린다. 밝은 백색 불빛 아래 나뒹구는 그의 반쯤 감긴 눈에 큰 물체를 든 남자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마지막 감각이 사그라지던 그의 귓속으로 몽롱하게 신미연의 비명소리가 공명 되더니 점점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 저버린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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