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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협 박
[연재소설] 서영태 장편소설- 무서운 마을
[111호] 2011년 07월 27일 (수) 15:25:35 서영태 기자 ssytt00@naver.com




12월7일 오전10시 <주간충남>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린다. 사무국장 진현미가 신문을 정리하고 있다가 벨이 울린 지 세 번째 만에 수화기를 든다.
「주간충남신문사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여기는 그 신문사에 광고를 싣고 있는 업체인데요. 오늘부터 저희 광고를 빼주세요.」
광고를 빼달라는 전화가 오늘만해서 벌써 세 번째다. 진현미가 그동안 전화를 전문적으로 받으며 각종 일을 처리해왔지만 하루 만에 세군데서 광고를 빼달라고 전화 온 적은 없었다. 그것도 오전10시밖에 안됐는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간충남>신문사는 고정광고 아니면 버티지 못할 정도로 여기에서 수익의 50%가 나오고 있는 구조다. 고정광고라면 보통 1년짜리 계약에 의해 장기적으로 나가는 광고를 말하는데 일회성 광고에 비해서 고정광고는 반 값 이상으로 할인을 적용한다. 그래도 1년 계약이기 때문에 고정적인 수익이 가능해서 대개 신문사는 일회성 광고 보다는 고정광고를 선호하게 된다. 그리고 계약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 신문사는 명절에 작은 선물이라도 마련해서 광고주들을 찾아 인사를 드리기도 한다.
<주간충남>의 경우 고정광고가 30개 정도 되는데 광고주들을 붙잡기 위해서 김재진과 기자들이 담당을 맡아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왔다. 특히 광고주가 제보하는 취재 건은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여 취재하고 있으며 될 수 있도록 잘 보이는 지면에 게재하려고 노력해왔다. 이처럼 광고주가 신문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신문사를 운영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사무국장 진현미는 입원해 있는 김재진에게 이 사실을 전화로 알린다. 갑자기 3건의 고정광고가 날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재진은 근심에 싸인다. 최근 신문사 운영형편이 그리 만만치 않는 상태인데 한꺼번에 고정광고가 빠져버린다면 상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김재진이 입원해 있는 사이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더욱 문제가 크다. 몸이라도 괜찮다면 광고주들을 방문해서 설득이라도 해보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어서 더 답답하기만 하다.
김재진은 근심에 쌓여서 오전 시간을 보낸다. 병원치료를 받는 중에도 걱정거리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오후2시에 사무국장에게서 또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김재진이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다가 통화버튼을 누른다.
「편집장님, 큰일 났습니다. 글쎄, 그 후에도 5건의 광고를 중지한다는 전화가 왔어요. 무 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해주고 막무가내에요.」
「국장님, 알았습니다. 진정하시고 제가 알아 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전화를 끊은 김재진의 얼굴이 상기된다. 지금까지 8건의 고정광고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현재 30여건의 고정광고가 자리 잡기까지 김재진과 기자들의 고생이 많았다. 그가 처음 신문사 운영을 맡은 7년 전만해도 고정광고는 6건에 불과했다. 그 당시 <주간충남>대표가 자신의 사업에 신문을 이용하는 바람에 이미지가 안 좋았고 자연스럽게 광고수주도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에 자금 압박을 계속 받아온 대표는 신문 발행부수도 줄여 관공서나 기관들을 빼고는 실질적으로 일반 독자에게 가는 신문은 아주 적었다. 그렇지만 지난 7년간 김재진과 기자들이 각고의 노력을 다한 결과 지역주민들이 보는 <주간충남>의 이미지는 확 바뀌었다. 일단 물주가 자신의 이익을 목적으로 신문사를 장악하지 않고 기자들과 성실히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보도 내용면에서도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어서 현장에서 나오는 생생한 사진과 기사가 독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그 후 독자들의 숫자도 배로 늘었고 신문 발행도 두 배로 늘자 고정광고도 점점 늘어 30여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주간충남>은 모든 독자에게 우편으로 배달하는 주간지로 독자에게 받는 월 5천원 구독료는 우편비, 발송인건비, 인쇄비 등을 공제하면 사실상 별로 남는 것은 없었다. 이 때문에 총수입의 50%를 차지하는 고정광고의 수입이 중요했다. 이 수입으로 기자들 월급과 기타 운영비가 충당되는 구조였다.

고민하던 김재진은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광고주에게 전화를 건다.
「사장님, 저 <주간충남>편집장 김재진입니다.
「아. 그래.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은 들었어. 빨리 가보지 못해서 미안하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직원한테 전화가 왔는데 가게에 무슨 일 있으 세요?」
「글쎄, 자네한테 말하기는 좀 곤란한데. 아무튼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오늘 아침에 가게 문을 열려고 나왔는데 말이야. 유리창이 깨져있는 거야.
그래서 도둑이 들었나 싶어서 안으로 들어가봤지. 돌멩이로 싼 종이를 발견했는데 글씨 가 쓰여 있는 거야. <주간충남>에 싣고 있는 광고를 당장 중지하지 않으면 오늘 저녁에 불을 질러버리겠다는 협박이었어. 우리같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가게 하나 바라보고 살고 있는데 겁이 나서 살수가 있어야지. 당분간만 광고를 중지해주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 몹쓸 협박을 했단 말인가. 그것도 이렇게 어려운 시점에 당한 악재라서 김재진의 고통은 너무 크다.
전화로 확인한 다른 광고주도 똑같은 말을 한다. 이것은 <주간충남>을 향한 테러다. 배후에는 누가 숨어있는 것일까. 또 무엇을 노리고 광고주들을 협박했단 말인가. 지금 김재진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풀리지 않는 퍼즐을 푸는 더러운 기분이다.

한편, 팔이 부러져서 입원한 청수마을 청년의 병실에는 7명의 청년들이 모여 있다. 청년회장 민주혁을 비롯해서 건장한 청년들이다. 한 청년이 먼저 말을 꺼낸다.
「회장님, 오늘 새벽에 일을 다 끝마쳤습니다. 워낙 인적이 드문 때라서 아무도 목격하지 못했을 겁니다.」
「오늘 새벽에는 찾기 쉬운 15개 업체만 골라서 일을 치른 거야. 내일 새벽에는 나머지 업체를 다 찾아내서 처리해야 돼. 어느 누구도 우리가 한 일을 알아서는 안 돼.」
「‘그분’의 명령에 따라 목숨을 다해서 처리하겠습니다. 한 곳도 남기지 않고 찾아내서 본때를 보여줄 겁니다.」

청년회장 민주혁은 어젯밤 11시에 ‘그분’의 전화를 받았다. <주간충남>의 돈줄을 끊어놔야 겠다면서 고정광고주를 찾아내어 협박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민주혁은 당장 긴급청년회를 소집해서 오늘 새벽부터 행동에 나선 것이다.
민주혁과 청년들은 애초에 두 사람을 납치하는데 성공을 했어야했다. ‘그분’의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까지 꼬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주간충남> 편집장 김재진의 방해 때문이다. 그가 방해하지 않았다면 납치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그분’께 칭찬을 받았을 것이다. 민주혁과 청년들은 이번에야말로 최선을 다해서 깔끔하게 성공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날 오후6시 퇴근시간까지 광고 중단요청 전화는 모두 10건으로 늘어난다. <주간충남>사무실은 비상이다. 협박을 받아 광고 중단요청을 한 광고주들을 기자들이 직접 찾아가 사정해봤지만 전혀 효과가 없다. 가게에 불을 질러 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에 견뎌낼 광고주가 별로 없었다. 이상한 점은 많은 광고주들이 협박을 받았는데 아무도 그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그런 짓을 하고 다녔다면 목격자가 있을 법도 한데 그런 정황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그만큼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범행을 했다는 말인가.
퇴근시간을 넘긴 채 자리에 앉아있던 이연준도 고민에 빠진다. 청수마을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거물들과의 연관성이 드러나고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것을 안다. 청수마을 정 회장 사건을 취재하던 두 기자가 실종되더니 마을청년들에게 쫓기던 편집장의 다리가 부러졌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는 신문사의 운영을 어렵게 하는 광고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청수마을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분명히 이 모든 것을 지시하고 계획한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무엇을 감추기 위해 이렇게 철저하고 끈질기게 움직인단 말인가. 이연준의 고민은 풀리지 않고 계속 된다.

<주간충남>사무실에는 이정수와 신미연만 밖에 나갔을 뿐 나머지 기자들은 퇴근시간을 한참 넘기도록 오늘의 사태를 걱정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무국장님, 편집장님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십니까.」
「직접 광고주한테 전화도 걸어보신 모양인데 전혀 반응이 없나 봐요.」
「이렇게 고정광고가 한꺼번에 떨어져 나가면 운영에 큰 타격이 올 텐데요.
신문사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라던데 큰일 아닙니까?」
「오늘만 봐서는 모르겠고 며칠 지나봐야 알 것 같아요.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알아야 대책이 있을 것 아니에요.
우리는 다른 생각 말고 광고주를 협박한 작자가 누군지 알아내는데 최선을 다합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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