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서영태 장편소설 <무서운 마을>




4월 6일 오전 11시 첫사랑교회 예배당.
600여 명의 신도들이 모여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담임목사가 실종된 후 부목사가 예배를 인도하는 가운데 분위기는 엄숙하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침울하고 무거운 중압감이 느껴진다. 50여 명에 이르는 성가대도 장중하고 슬픈 찬양을 올리고 설교하는 부목사도 담임목사의 무사귀환을 희망하는 내용을 이어간다.
조금 이상한 점은 신미연이 오랜만에 교회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그녀의 부모님과 나란히 긴 의자에 앉아서 찬송도 부르고 기도도 올리고 있다. 신미연이 교회에 나간다고 말했을 때 부모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타이르고 야단쳐도 꿈쩍 조차 않던 미연이가 하루아침에 변하자 놀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담임목사님의 심방 후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생각했다. 다시 가족이 모여 예배드릴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러나 신미연은 남 선지자의 지시를 받은 것이었다. 남 선지자는 담임목사가 없는 첫사랑교회를 지배하려면 그녀가 침투해서 청년들을 포섭해야 된다고 말했다. 주인님이 종교계를 다스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날 오후2시 첫사랑교회 청년회 모임에서도 오랜만에 돌아온 신미연을 따뜻하게 맞아준다. 50여명의 청년들이 참여하는 청년부는 어른들의 예배같이 딱딱하거나 장엄한 분위기가 아니라 발랄하고 활기 넘치는 모습이다. 신미연도 지난 7년 동안 청년부에서 친구도 사귀고 선배와 후배들 간에 우정을 나누었다. 젊은이들 중엔 기타를 아주 훌륭하게 연주하는 사람, 피아노를 전공해서 실력을 뽐내는 사람,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노래를 잘하는 사람 등 좋은 재주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교회 내에서 가장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도 청년부들이었다. 젊은이들은 무엇이나 일을 맡으면 쏟아 부을 수 있는 열정이 있었다.
남 선지자는 그런 젊은이들의 열정이야말로 가장 포섭하기 좋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이란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한 번 배우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생각을 한 방향으로만 몰아가기 때문에 최적의 대상이라는 논리였다.

신미연은 젊은이들과 어울리며 그들을 한 명 한 명 포섭해 나가기 시작한다. 남 선지자는 청년들을 끌어들이려고 시내에 사무실 하나를 마련한다. 현판은 ‘청수성경연구원’이라고 달았다. 신미연은 이곳으로 청년들을 한 사람 두 사람씩 데려가게 된다. 조금 지나자 10여명의 청년들이 함께 모여 공부를 하게 된다.
남 선지자의 공부법은 특이했다. 처음에는 요한계시록을 읽고 또 읽게 만들었다. 충분하게 읽고 난 청년들이 1단계부터 10단계까지의 레벨을 통과해야 최종 인증서를 수여하는 방식의 학습이었다.
1단계부터 3단계까지는 성경을 원리 그대로 가르쳐주고 중요구절을 외우게 만드는 단계였다. 그래서 기존의 주일학교 학습을 받은 청년들도 별다른 의심 없이 남 선지자를 받아들이게 됐다. 여기까지 통과되는데 3개월이 걸리는 동안 지식이 쌓이면서 청년들에게는 신뢰감이 쌓여갔다.
4단계부터는 성경의 특정 구절만 외우게 했다. 그리고 그 특정구절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 학습한다. 가령 시편2편에서 ‘내가 나의 왕을 내 거룩한 산 시온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우리지역에 있는 가야산을 의미한다는 것이며 나의 거룩한 왕이 오늘날에도 세상에 살아있다는 논리를 개발해서 학습시켰다. 7단계에 이르러서는 더욱 심화해서 들어갔다. 성경에서 말한 왕이 과거에 죽은 것이 아니라 거룩한 산 가야산에서 태어나 그 자락에서 살아 있다는 논리로 발전한다.
10단계에서는 남 선지자가 교육을 마친 청년들을 가야산청수마을 저택으로 인솔해서 그들에게 3일간의 환각여행을 시키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신경독성물질은 특이하게도 청년들에게 더 잘 통했다. 남선지자에게 학습 받은 청년들 중에는 단 하루 만에 악마를 주인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남 선지자가 만들어 낸 특별한 학습방법이었고 더욱 확실하게 정신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10단계까지 모두 끝낸 첫사랑교회 청년들은 10명으로 늘어나 더 많은 청년들을 개인적으로 포섭하여 남 선지자에게 데려갔다.

청년들의 이상한 움직임을 느낀 첫사랑교회 부목사와 장로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는 장로가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청년들 요즘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벌써 20명 정도가 시내의 이상한 곳에서 성경공부를 따로 하고 있다는데 말려도 듣지를 않습니다.”
청년부 담당 장로의 설명에 이어 부목사가 끼어든다.
“저도 걱정이 되어서 청년들이 나간다는 곳을 알아보니 ‘청수성경연구원’이랍니다. 그곳은 어느 교단에도 속하지 않았고 백발노인이 운영한다는데 그 자의 정체도 전혀 모른답니다.”
긴급회의에 참석한 첫사랑교회 당직자들은 담임목사가 실종된 후 청년들의 문제가 터지자 심각한 근심에 싸인다. 담임목사는 평소에도 이단교리의 침투를 막아내야 한다며 설교시간에 누누이 강조했었는데 하필이면 실종사건과 함께 청년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긴급회의를 소집하기 전 청년부 담당 장로의 연락을 받은 부목사가 청년들을 면담하며 이단교리에 빠지지 말도록 권면했었다. 그러나 전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숫자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어떤 청년의 경우는 이단교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다른 교회로 바꿔버리기까지 했다. 50여명의 청년들 중 거의 절반이 이단교리에 빠져버린 것이다.
부목사는 사정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일단 이단교리에 물들지 않은 청년들에게 절대로 ‘청수성경연구원’에 가지 말도록 명령했다. 아예 청년부실 문을 닫아버리고 물들지 않은 청년들을 어른예배에 함께 참여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이단교리에 물든 청년들은 가만 두지 않았다. 교회 밖에서 청년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서 ‘청수성경연구원’으로 데려갔다. 결국엔 50여명의 청년들 중 35명이 이단교리에 빠져서 세뇌를 당해버렸다. 한 번 세뇌된 청년들은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 악마의 계략에 빠져버렸다.

다급해진 첫사랑교회 부목사는 평소 담임목사가 이야기 하던 가야산자락 농촌교회 정 목사를 찾아간다.
“정 목사님, 이거 큰일났습니다. 담임목사님이 실종 된 판에 청년들이 이단교리에 포섭되어서 교회가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저도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담임목사님 실종사건과 이단교리가 들어온 데에 연관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들은 아주 사악한 자들입니다.”
“정 목사님, 청수성경연구원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그들이 교회를 흔드는 주범입니다.”
“제가 연구 한 바에 의하면 청수마을이 그들의 근거지입니다. 그들은 이미 청수마을을 2년 전부터 장악했어요. 이제 교회를 노리고 있는 겁니다. 그 첫 번 째 먹잇감이 첫사랑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정 목사님, 제발 우리 교회에 오셔서 사악한 이단자들을 물리칠 방안을 마련해 주십시오. 목사님 같은 전문가가 직접 나서주셔야 합니다.”

정 목사는 첫사랑교회 부목사가 돌아간 뒤 생각에 잠긴다. 이단자들은 사악한 무리들이었다. 과거에 이단자들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다 자신의 아들이 당하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전면에 나서서 그들과 싸우다가 가족들의 생명이 또다시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청수마을을 근거지로 태어난 청수교 무리들은 너무도 사악한 자들로 드러나고 있다. 첫사랑교회 담임목사도 그들에게 납치되어 죽었을 것이리라.
정 목사는 심각한 갈등을 겪으며 하나님께 기도를 올린다.
“주님, 저 사악한 무리들을 어찌해야 합니까. 이 잔을 저에게서 피할 수 만 있다면 피하게 하소서. 이 십자가를 감당할 수 없다면 저에게 멀리하소서. 꼭 제가 가야합니까. 왜 제가 가야합니까.”
정 목사의 기도는 간절했으며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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