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서영태 장편소설 <무서운 마을>





4월21일 오후3시 청수성경연구회 사무실.
남 선지자와 신미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 자매님의 희생 때문에 우리가 쉽게 거사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만 밀어붙이면 부목사파가 무너질 겁니다.」
「이제는 남 선지자님이 진입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저희 청년들이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반대파 신도들도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습 니다.」
「예. 알겠습니다. 제가 들어가서 주인님의 교회로 만들겠습니다. 모두 주인님을 영접하게 영혼을 인도하겠습니다.」

다음날부터 첫사랑교회에는 백발의 남자가 나타나 반대파에게 청수교 교리를 가르치게 된다. 마침 성직자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던 반대파 신도들은 청년들이 내세운 남 선지자의 성경공부에 대부분 잘 따라왔다. 그의 전력에 대해서는 아무도 아는 사람들이 없었지만 청년들이 그에 대해서 훌륭한 성직자요, 큰 교회에서 담임목사를 맡았던 성직자로 미화했다. 지도자를 만난 반대파 신도들은 남 선지자를 중심으로 단합하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여전히 교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며 더욱 기세가 등등해졌다. 반대파 신도들은 그저 성경공부라고 생각하고 남 선지자가 가르치는 10단계 학습에 참여했다. 교회가 흔들릴 때일수록 더욱 열심히 성경을 공부해서 신앙을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신도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단교리를 천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단자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반대파 신도들의 영혼이 서서히 악마의 왕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었다.
청수교를 받아들인 청년들과 신도들은 본격적으로 부목사파를 공격하고 나서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신도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하기 시작했다.

남 선지자는 부목사파를 포섭해야 살아있는 신을 만날 수 있다며 그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가르쳤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부목사파를 포섭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기도 했다.
반대파 신도들은 30명씩 조를 짜서 부목사파 신도들 집을 하나하나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교회를 망치고 있는 부목사와 측근들을 몰아내지 않으면 도덕성을 잃고 손가락질 당하는 교회가 될 거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반대파 신도들의 개별방문 포섭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성추문의혹을 제기하고 헌금을 횡령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해서 부목사와 장로들을 파렴치한 범죄 집단으로 몰아갔다. 신도들도 한 두 번 들었을 때는 동조하지 않다가도 반대파신도들이 돌아가면서 3명씩 방문해서 똑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데에야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이라는 자체가 그랬다. 처음에는 부정하더라도 똑같은 말을 계속 듣게 되면 결국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뇌가 되고 인정하게 되는 것이었다.

남 선지자의 명령을 받은 반대파 신도들의 가정방문 포섭활동은 한 달 만에 큰 성과를 내었다. 부목사와 장로들을 옹호하던 신도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 두 달째 되어서는 부목사와 장로들 가정 이외에는 더 이상 자신들을 옹호하는 신도들이 남아있질 않았다. 그들은 더 이상 영적인 싸움을 이어갈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결국은 다수의 신도들에의해 쫓겨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참으로 어이없는 패배였다.
첫사랑교회 권력을 잡은 남 선지자는 교회이름까지 청수교회로 바꿔버린다. 이제는 주인님의 뜻을 받들어 포교활동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큰 교회를 점령한 것이었다.
남 선지자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10단계 학습이었다. 신도들의 의식세계를 철저하게 지배하기 위해서는 학습이 중요했다. 왜 살아있는 신을 섬겨야 하는지 알기위해서 충분하게 10단계를 밟아 올라가게 했다.

지역 종교계에서는 첫사랑교회가 이단자들에게 점령당한 사건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800여명의 신도들이 모이는 큰 교회가 단 몇 개월 만에 이단자들에게 넘어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종교계에서는 비로소 청수교에 대한 존재를 눈치 채기 시작했다. 전혀 모르던 이단교파가 청수마을을 근거지로 태어나 불과 2년여 만에 큰 교회를 먹어치운 것은 대단한 두려움이었다. 자신들의 교회도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 빠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사이비 종교보다 훨씬 커다란 힘을 가졌다는 것 밖에 청수교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연일 지역언론에서는 청수교에 대해서 미화하는 기사가 올라왔다. 종교 지도자들은 그들이 장악한 힘이 사회 구석구석에 퍼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5월11일 오후2시 기독교연합회 회의실.
시내 각 교회 담임목사들이 긴급회의를 연다. 최근 청수교가 첫사랑교회를 점령한 사태에 방관할 수 없다는 종교지도자들의 요청이 있어서 회의가 소집됐다. 사이비 종교를 꾸준히 연구해 온 정 목사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진다.
「여러 목사님들이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수교는 다른 사이비종교나 이단교파에 비해서도 특이한 경우입니다.
2년 전 갑자기 청수마을에 나타나서 마을을 지배해버렸습니다.
그들의 추종자 중에는 시장을 비롯한 저명인사들이 여러 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 그들이 포섭되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들의 역사나 배경이 전혀 없다는 말씀입니까?」
「청수교에서 신이라고 불리는 자는 한의사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전혀 종교와는 무관 했었습니다. 그 밑에 남 선지자라는 자가 특이합니다. 저희 쪽 제보로는 15년 전 30여명의 신도들을 자살로 몰고 간 정신병자입니다. 그가 10단계 교리를 개발해서 신도들을 포섭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정신병자가 청수교 지도자라면 언제 무슨 일을 낼지 모르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가 뭉쳐서 청수교를 몰아내야 합니다. 우선 각 교회 신도들에게 이 사실을 충분히 알리고 포섭당하지 말게 단속해야 합니다.」

각 교회 지도자들은 커다란 두려움에 빠져 신도들에게 청수교의 실체를 알리기 시작한다. 악의 무리가 어린양들을 노리고 새까맣게 몰려들고 있다. 울타리를 단단하게 치지 않는다면 악마의 배를 채우게 될 것이다.

한편, 남 선지자와 청년들은 첫사랑교회를 차지하고 청수교회로 만든 승리감에 들떠있다. 남 선지자 입장에서도 평생 처음으로 큰 교회를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잡아 기뻤다. 이제 청년들을 이용해서 신도들에게 10단계 학습을 주입하고 지도해 나가면 될 것이었다. 그러나 주인님의 말씀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것이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살아있는 신이 세상을 지배하는 날까지 생명을 바쳐서 복음을 전할 것이었다.
남 선지자는 주일날 참석한 모든 신도들에게 설교한다.
「우리의 주인님은 죽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죽은 신만 섬겨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님은 홀로 살아계십니다. 우리가 열심히 학습하면 마지막 단계에서 살 아 있는 신을 만날 것입니다. 그때에 여러분은 그분을 마음 속 깊숙이 받아들이며 생명을 드리겠다고 맹세할 것입니다.
저와 청년들은 먼저 그분을 만났습니다. 그 성스러운 체험을 여러분들에게도 맛보게 해드 리겠습니다. 우리 열심히 학습에 정진하고 복음을 전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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