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논단] 서영태 (사)전국지역신문협회 대전충남협의회장



잘 아는 이웃집 아저씨의 만행에 희생당한 통영 한아름 양의 불우했던 사정이 속속 알려지자 안타깝게 여기는 추모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 통영시 산양읍 신봉마을에서는 아름이는 '늘 배 곯는 아이'로 주민들 사이에 알려졌었다고 한다.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는 아버지가 새벽 일찍 일을 나가서 집에 홀로 남겨지곤 했던 아름이는 누구 하나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서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허기를 달랬다는 것이다.

10살 밖에 안 된 아름이를 보호해줄 어른은 없었고 방치된 아이는 늘 배가 고파서 여기저기를 헤매다니며 생존을 어렵게 이어가야 했을 것이다. 외로움 속에 내던져져서 허기와 싸워야 했던 어린 소녀에게 세상을 원망할 마음의 여유라도 있었을까.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생존본능으로 겨우 버티던 아름이는 급기야 이웃집 아저씨인 김점덕의 집에서도 냉장고를 뒤졌다고 한다. 그 아저씨는 결국 아름이에게 추악한 욕정을 느껴 성추행하려다 살해하기에 이른다.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하늘나라로 간 아름이의 10살 짧은 생애는 너무도 불우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2살 때 부모가 이혼을 한 후 3년 전 아버지가 다방에서 만나 재혼한 새어머니는 없는 살림에 먹성 좋은 한 양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은 한 양이 새어머니에게 파리채로 맞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고 전했다. 아름이는 새어머니의 핍박으로 6시 이전에는 집에 들어갈 수 없었고, 그래서 학교를 마치고도 제대로 점심을 챙겨먹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과연 통영 아름이만 이처럼 방치되어 있을까. 우리나라의 아동복지가 많이 성장했다고는 아지만 이처럼 생존까지 위협 받을 지경에 놓인 또 다른 아름이가 우리지역에도 있을 수 있다. 불우한 가정에 놓여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차원 높은 복지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아름이에게 악마나 다름없었던 이웃집 아저씨는 그 마을만의 특별한 일이었을까. 우리 주위에도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고 있는 '성범죄자 알림e(www.sexoffender.go.kr)' 사이트에 따르면 전국의 거주 현황이 공개된 성범죄자는 모두 2054명으로 이 가운데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는 모두 1634명이라고 한다.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이 실 거주하는 지역별로는 대전이 40명, 충남 84명, 충북 37명 등으로 집계됐다. 충남에도 계룡 3명, 공주 8명, 금산 2명, 논산 11명, 당진 7명, 보령 4명, 부여 1명, 서산 6명, 서천 2명, 아산 7명, 연기 5명, 예산 4명, 천안 20명, 청양 2명, 홍성 4명 등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동 성범죄자들의 거주지 반경 1㎞ 이내에 어린이집부터 유치원, 초·중·고교가 일부 포함됐지만 이들의 거주 및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아무런 제도적 보완장치가 전무하다고 한다는 점이다.

이 땅에 다시는 아름이의 안타까움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기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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