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논단] 서영태 (사)전국지역신문협회대전충남협의회장


고졸자들이 좋은 기업이나 관공서에 취업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꼭 대학에 가야 좋은 취직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속설이었지만 요즘 세상에는 고졸자들의 대우도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서 충남지역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3학년생들이 올 공무원과 공기업, 은행권, 대기업 등에 대거 취업했다는 반가운 뉴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충남도교육청은 올 공무원시험에서 행정안전부 9명, 충남도청 11명, 충남교육청 5명 등 25명이 합격했다고 밝혔다. 공기업에도 한국전력공사 9명, 한국조폐공사 4명 등 69명, 금융권도 우리은행 9명, 농협 8명 등 60명이 입사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LG전자, 한화그룹 등 30여개의 대기업에 250여명이 취업했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은행, 근로복지공단 등의 1차시험을 통과해 합격을 기다리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이렇게 되다보니 대학진학을 지상목표로 알던 학부모들도 생각을 돌릴만하다. 오히려 대졸자들의 취업이 더 어렵다는 하소연도 곳곳에서 나온다. 올해 첫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배출하는 당진 합덕제철고는 졸업생 90명 중 70명의 입사가 결정됐고 현대제철 등 대기업 시험 발표를 마치면 100% 취업률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반면, 농업계고의 경우 아직까지도 학생들의 진로선택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편차가 심하게 나타난다. 충남의 농업계고 학생·학부모들 가운데 졸업 후 본인 또는 자녀의 영농을 희망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공주생명과학고 교사가 자체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404명 가운데 졸업 후 영농을 희망하는 학생이 전혀 없었다. 충남 도내 농업계고 8곳 가운데 이 학교는 유일하게 농업계열학과들로만 편성된 곳이다.

학부모들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설문 응답 학생의 학부모들 가운데 자녀가 졸업 후 영농에 종사하기를 원하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57.2%(231명)는 대학 진학을, 32.4%(131명)는 취업을 바랐다. 자녀의 대학 진학 또는 취업을 바라는 학부모 가운데 농업 분야를 원하는 이는 각각 14.6%와 5.9%에 머물렀다.

이처럼 농업계열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조차 농업인의 꿈을 포기한 것은 미래가 없다고 느껴지는 현 시대상황 때문이다. 이는 농업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지표를 봐도 알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0년 1,442만2,000명이던 농가인구가 2009년에는 311만7,000명으로 줄었다. 지난 39년 동안 농가인구가 78.4%나 줄어든 것이다.

농업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는 근본이기에 후계농업인 육성을 위한 정책이 꼭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유지를 위해 농업인력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내 농업인력 육성에 있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후계 농업인 육성이 기대치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자금 지원의 효율성이 낮고 자금지원 이후 교육·컨설팅 등 사후지원 체계가 미흡하며 영농 승계에 대한 세제지원 부족 등 여러 문제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농업을 이끌어갈 농업계고를 꼭 살려야 한다.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미래를 정책적으로 보여줄 때 차별이 해소되고 우리나라 농업에도 희망이 생길 것이다.
저작권자 © 충남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