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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치마바람 2편
[888호] 2013년 02월 20일 (수) 12:11:54 서영태 기자 ssytt00@naver.com



유희석 마누라에게 아부하기 위해 몰려든 아줌마들 사이에도 서서히 등급이 나눠지기 시작했다. 이 등급은 얼마나 갖다 바쳤으며 얼마나 충성을 다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되었다.
먼저 가장 위 단계는 친위부대라고 표현하는데 비서를 포함해서 5인방의 아줌마들이 최고의 충성도를 발휘하고 있었다. 두 번째 단계에는 10명, 세 번째 단계에는 20여명의 아줌마들이 있었다. 최측근의 5인방은 아예 아침부터 시장 관사로 출근해서 빨래, 설거지, 밥하기, 아이들 학교보내기까지 전담했으며 수영장, 사우나, 골프연습장까지 늘 수행하며 다녔고 나머지 2·3등급의 아줌마들은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눈도장을 찍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게 다 남편의 출세를 위한 것이었으며 결국 가족의 무사안녕과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어느 날엔가는 유희석 마누라를 수행하던 5인방이 피부마사지를 받고 있는데 한 아줌마가 쇼킹한 제안을 했다. 서울 강남의 어떤 곳에 가면 여자들이 남자들한테 쌓인 스트레스를 한방에 풀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꼭 한번 사모님을 모시고 가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자기는 세 번 가봤는데 너무 황홀하고 시원해서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이었으며 모든 비용은 자신이 다 부담하겠다는 것이었다. 시골 도시에 갇혀 누릴 것은 다 누리지만 지역민들을 의식해서 밀실만 찾아다니다 보니 답답하기 짝이 없던 차에 귀가 솔깃한 제안이 들어오니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유희석 마누라는 못이기는 척하며 함께 동행하기로 약속하며 3일 후 동창회를 핑계로 강남으로 몰려갔다. 밤 11시쯤에야 도착한 곳은 강남 뒷골목 지하 유흥업소였는데 간판도 없었고 조명도 거의 없어서 외부에서는 이곳이 유흥업소인지 조차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실내는 별천지에 온 것처럼 화려하고 환상적인 조명이 흐르고 좁은 통로를 따라 밀실들이 가득했으며 아줌마 손님들 여러 팀이 들어오는 대로 예쁘게 생긴 젊은 남자들이 밀실로 모시고 갔다. 시골도시에서 원정 온 아줌마들이 밀실에 자리 잡자 곧이어 예쁘고 귀여운 20대 남자애들이 여러 명 들어와 자기소개를 하는데 마음에 드는 젊은 애들을 아줌마들이 골라 옆자리에 앉히고 마음대로 데리고 놀면 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마치 룸살롱을 찾는 중년의 남자들이 20대 여성들을 마음대로 데리고 놀듯이 중년 여성들의 노리개가 된 젊은 남자들은 갖은 애교와 교태를 다 부리며 짝이 된 아줌마들의 혼을 빼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로 눈치 보며 머뭇거리던 아줌마들은 양주가 몇 잔 목으로 넘어가자 그 동안 억눌려 왔던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젊은 남자들의 교태에 녹아들어 그들을 성의 노리개로 삼고 마치 자신들이 왕비가 된 착각에 빠져들었다.
새벽 3시쯤에야 업소를 빠져나온 아줌마들이 탄 승용차를 젊은 청년들이 운전해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꿈 속 같은 즐거움에 빠졌던 기억을 떠올리던 유희석 마누라는 다른 추종자들에게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분명히 동창회에 다녀온 거야. 이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가야해.」

「예. 사모님, 우리는 한배를 탔으니까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겁니다.」

아줌마들 사이에 이상한 의리가 생겨났다. 같은 죄를 저지른 공범사이에서 생긴 의리라고 할 수도 있을 이상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 밤의 환상적인 쾌감과 경험은 절대로 그들의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다시 발동할 욕망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는 것이었다. 마치 마약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10월30일 오전 10시 경찰서 형사1계.
박 형사는 지금 막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보낸 서류 한 장을 받는다. 서류에는 지난번에 청수마을 저수지에서 김 시장의 사체와 함께 건져 올린 두 구의 사체에 대한 신원이 적혀있다. 이미 어제 오후에 전화로 연락 받은 사실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남자는 첫사랑교회 담임목사였고, 여자는 국회의원 선거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한 전직 국회의원 여직원이었다. 두 사람 다 실종신고 되어 열심히 찾아봤지만 행적이 묘연했었는데 청수마을 저수지에서 스쿠버다이버들에 의해 발견된 것이었다. 그것도 커다란 돌멩이에 몸이 꽁꽁 묶인 채 수면위로 떠오르지 못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분명히 중대한 살인사건이었다.

박 형사는 사실 지난 몇 년간 청수마을에 대한 내사를 조용하게 진행해왔다. 청수교 무리들이 마을을 다 점령하더니 그 핵심인물이었던 최현범이 사라지고 한 때 민주혁이란 청년회장이 저택을 점령하자 다시 남 선지자라는 교주가 저택을 점령하고 나서 청수마을에 대규모 왕국을 건설하고 있는 상황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박 형사의 가장 중요한 정보원은 외삼촌인 청수마을 이장이었다. 그는 가끔 걸려오는 전화로 마을 돌아가는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이장도 정확한 내막을 알지는 못했다. 어떻게 최현범이란 자가 마을청년들을 납치해서 세뇌했는지, 그자가 어디로 사라지고 현재 남 선지자가 마을을 지배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내막을 알 수 없었다. 특히 조심스러웠던 것은 시장, 경찰서장, 국회의원 등 최고의 권력자들이 추종자들이라는 점이었다. 어떻게 거물들이 이런 신흥종교의 추종자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내사를 어렵게 만드는 현실 때문에 2년이 넘는 세월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청수마을 저수지에서 김 시장이 자살한 초대형 사건이 터지고, 그 자리에서 살해된 시체 2구가 발견됐다. 이 모두가 청수마을을 근거지로 일어난 신흥종교 추종자들과 관련이 있는 것이어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한편에서는 <주간충남>김재진과 이연준이 한 팀이 되어서 청수마을 사건에 대해 깊이 있는 취재를 진행하고 있었다. 김 시장의 자살, 청수교와 대립하던 첫사랑교회 담임목사와 전직 국회의원의 여직원 살해사건에 대한 보도기사를 인터넷 신문에 매일 올렸다.

어젯밤에 올린 기사는 「청수마을에는 어떤 괴물이 숨겨져 있나」라는 제목의 연재기사였다.

「청수마을에서 괴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조용했던 마을이 무서운 마을로 바뀐 것은 12년 전에 한 노인이 이 마을로 이사를 온 뒤 부터 시작됐다. 전직 국회의원이던 정태섭 회장의 정원 관리인으로 일하게 된 노인은 서 서히 본색을 드러내서 밝혀지지 않은 어떤 방법으로 집주인 부부를 세뇌하게 됐다. 이후 사실상 정 회장 부부의 정신을 지배하게 된 노인은 정 회장과 절친했던 김정철 시장까지 세뇌에 성공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수하가 될 청수마을 청년들을 차례로 납 치 해서 모두 세뇌하여 그들을 추종자로 만들게 되고 이상한 사이비종교집단을 조직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청수교의 시작이었다.」

요즘 인터넷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무서운 마을」중 한편의 줄거리였다. 엄밀히 말하면 김재진과 이연준이 한 팀을 이뤄서 공동으로 쓴 연재보도물이었다. 이 기사는 지난 1년 동안 두 사람이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사실적인 요소가 많았지만, 부정확한 것은 마을 노인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인용도 많았다. 벌써 10회째 올라가고 있는 인터넷 기사가 놀랄 정도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독자들의 클릭수도 매주 1만 명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더 놀라운 점은 전국적인 클릭수가 매주 6만 명을 넘어서서 「무서운 마을」연재에 대한 관심이 돌발적이었다. 심지어는 중앙매체에서도 동시에 연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들어와서 원고료를 회당 50만원씩이나 받는 조건으로 매주 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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