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서영태 장편소설 <무서운마을>


<주간충남>인터넷판이 큰 인기를 끌게 되자 연속해서 좋은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인애 아버지의 소개로 1억 원의 후원금을 조건 없이 내놨던 후원자가 다시 한 번 1억 원의 후원금을 조건 없이 기탁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편집장님, 멀리서나마 제가 태어난 고장에 대한 소식을 잘 전해 듣고 있습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을 잃지 마시고 끝까지 싸우십시오. 뒤에 서 열심히 응원해 드리겠습니다.」
후원자의 말은 메마른 대지에 단비와 같은 힘을 솟아나게 만들었다.
그동안 자금이 떨어져 수개월째 지면을 만들어 내지 못하던 처지에 놓였던 김재진은 다시 힘을 내어 즉시 지면 편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겨우겨우 인터넷판만 운영해 온 <주간충남>에 갑자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주간충남>의 갑작스런 활기에 당황한 쪽은<주간서해> 이정수였다. 지역 언론계에서 절대 따라 잡을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해왔는데 최근 들어서 심상치 않는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별것도 아니라며 전혀 경계하지 않던 <주간충남>인터넷신문기사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게 나타났다. 특히 여론 주도층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그 인터넷신문을 매주 살펴보고 있었고「무서운 마을」연재기사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라있었다. 정태섭 회장의 죽음부터 시작된 이 연재기사의 내용이 점점 청수바람교의 실체를 파헤치는 쪽으로 진행되는 것도 이정수 일당에게는 대단히 큰 부담이었다.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쪽은 이정수 뿐만 아니라 유희석과 남 선지자도 마찬가지였다. 청수교 추종자들 중에서 끝까지 핵심인물로 남아있는 세 사람의 실체가 낱낱이 파헤쳐질 위기에 처한 마당에 이들은 대책회의까지 열고 <주간충남>의 씨를 말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핵심인물 김재진을 제거해야 위험을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3일 뒤 새벽6시
30여 명의 사람들이 새벽바람을 가르며 <주간서해> 건물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신문꾸러미를 들고 나간다. 총 5만부에 이르는 많은 신문을 각 구역별로 나눠서 배달하는 사람들이다. 15만이 조금 넘는 시골도시에서 5만부는 각 가정에 전부 들어갈 수 있는 분량이었으며 무료신문이어서 한 집도 빠지지 않고 대문에 꽂아주면 되었기 때문에 배달하기는 편한 점도 있었다. 어떤 이는 걸어서, 어떤 이는 오토바이로, 어떤 이는 승용차로 차례차례 신문을 던지는 식이었다.
아침 일찍 신문을 받아 본 사람들의 눈에 큰 타이틀이 들어온다.

「청수마을 저수지 살인자는 김재진으로 밝혀져...」

「청수마을 저수지에서 발견된 피살자들의 살인범이 <주간충남>편집장 김재진으로 밝혀져...지역사회에 커다란 충격」

「김 씨는 최근 신문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정신적인 불안 증세를 보이며 새벽마다 승용차를 몰고 어디론가 나갔다가 5시간이 지나야 집에 들어오곤 했다고 한다. 김 씨의 범행은 유력한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밝혀졌다. 이 목격자는 첫사랑교회 담임목사가 납치되던 현장 을 지켜보았으며 차량번호를 적어놓았으나 보복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신고하지 못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용기를 낸 목격자가 어제 경찰서에 목격사실을 신고하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차량번호를 추적한 결과 김 씨의 차량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용감한 목격자의 신고로 해결되었으며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사 사주가 살인 자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경찰에 의하면 김 씨가 정신 분열증 등의 이유로 범행하지 않았나 의심하며 정신감정까지 의뢰할 계획이다.」

목격자의 증언은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차량번호 조회 결과 김재진의 소유 차량임을 밝혀낸 경찰은 즉각 형사들을 출동시켜 그를 체포한다. 그리고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져서 밤을 새우며 묻고 또 묻는 피 말리는 상태에 빠지고 만 김재진. 그는 너무 억울하다며 항의도 해보고 매달려도 보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으며 범행을 털어놓으라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며 정신적인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함정에 걸려든 것이다. 아무리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 쳐봐도 늪지에 빠진 사슴처럼 더 깊숙이 잠기고 만다. 여러 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듣다보니 마치 자신이 정말 범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간다. 자신이 정말 정신분열증 환자인지 분간이 힘들어진다. 자신도 모르는 또 다른 자신이 몰래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닌가. 점점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진다. 마음속 한 쪽에서 또 다른 자아가 억울함을 호소한다. 너무 억울해서 눈물로 호소한다. 눈빛 속에 분노의 불꽃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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