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협회논단] 서영태 (사)전국지역신문협회 충남협의회장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곳에 관행적인 ‘허례허식’ 잔재들이 남아있다.

민간에서는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에서 주로 목격되곤 하듯이 남에게 보여주기식의 관행들이 타파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자치단체의 관행적인 행사와 의전에 있다. 아직도 관주도의 행사장에서는 참석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관행적인 순서에 의한 길고 지루한 진행이 반복되고 있다.

이 관행이라는 것이 자치단체를 넘어서 민간 행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곤 한다. 거의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비슷한 순서, 비슷한 사람들이 무대만 바뀌어서 등장하는 것을 재방송 보듯이 관람하면서 푸념조차하지 못한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기에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참석자들을 배려하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발 빠른 자치단체들은 참석자들 위주로 행사를 간소화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울산 남구와 경남 진주시, 하동군, 울주군 등과 강원도 철원군 등은 최근 개최한 각종 행사에서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등의 축사와 기념사를 일체 요청하지 않거나 행사 개회식을 아예 진행하지 않는 등 의전·행사의 간소화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울산시도 지난 5월부터 각종 시상식 때 상을 받는 사람이 관중석을 향하고, 상을 주는 사람이 등을 지도록 하는 등 수상자와 참석자 중심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참석자들을 배려하는 행사가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충남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주목 받는 자치단체가 예산군이다. 군은 각종 행사를 진행할 때 권위주의적 요소 및 잘못된 관행으로 군민이 불편해하는 비효율적인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 의전 절차를 간소화하는 '민선6기 의전혁신 추진계획'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군은 내빈 위주 행사를 군민 중심 행사로 전환하기 위해 본래 행사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행·권위주의적 의전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강제 인원 동원을 폐지하고 행사 개최시간을 지키는 한편 자율좌석제를 운용하고, 축사 등 각종 인사말 최소화, 다수 영접(환송) 폐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 표창장 등을 줄 때도 주요 내용만 읽어 행사 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이는 민선군수로서 권위주의를 없애고 낮은 자세에서 군민들을 섬기겠다는 황선봉 예산군수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조치로 각종 행사 의전을 대폭 간소화 하는 파격적인 지침을 내놓고 추진하면서 앞으로 관내 모든 행사가 군민 중심으로 치러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각종 행사 진행시 과거 권위주의적 요소와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주민이 불편해하고 비효율적인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참석자들을 위주로 행사를 혁신하는 추진계획을 마련해 내빈 위주의 행사를 주민 중심의 행사로 전환해야 한다. 자치단체가 먼저 관행적·권위주의적 의전을 과감히 바꿔나가고 민간에서도 기분 좋은 혁신에 함께 동참해서 대다수 참석자를 주인공으로 대우하는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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