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우 / 박 영 춘
시인은
시처럼
말을 짧게 한다
긴 여운을 남기면서
수필가는
수필처럼
말을 좀 길게 한다
알기 쉽게 소통하면서
소설가는
소설처럼
말을 아주 길게 한다
복잡하게 헝클어놓으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은
목례도 아니 하고
숫제 벙어리가 된다
잘 봐 달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살다보면
짧은 게 좋을 때가 있는가하면
긴 게 좋을 때도 있다
그렇다면 뜨거웠다 차가웠다 하면
더 좋을 것 아닌가
미움은 짧게 사랑은 길게 말이다
입 다물고 눈 감고 귀만 열어
느낌만 좋으면
숫제 가만히 있는 게 나을지 모른다
언제 해가 뜨면 뜬다하고 뜨던가
언제 꽃이 지면 진다하고 지던가
그렇다
꽃이 필 때는 침묵이 훨씬 낫다
꽃이 질 때는 더더욱 침묵이 낫다.
이분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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