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칼럼] 이태무 당진주재기자단장(충남농어민신문 취재부장)


겨울이 문턱에 들어서면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월동 준비를 하는 것은 시골이나 도시나 비슷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 면도 있다.

40~50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본 기자가 태어난 서산이야말로 특별함이 있었다.

서산 태안의 월동 준비는 가을에 수확해서 방 한구석에다 커다란 산더미를 쌓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는 고구마 통가리인데 그 속에 고구마가 가득 담겨 있어야 한해 겨울을 준비할 수 있었는데 부모님과 가족들이 함께 먹을 식량이기 때문에 흐뭇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준비하는 것이 김장김치 담그기였다. 옛날에는 가정마다 가족들이 십여 명은 보통이었던 시절이었으며 이 많은 가족들의 주식인 고구마와 함께 먹던 것이 김치였던 것이다.

배추김치와 더불어 대형 항아리에 담그는 것이 일명 ‘게국지’ 김치였다. 이 음식은 유일하게 서산 지방에만 담가 먹던 음식이었다.

게국지는 봄부터 갯벌에 가서 능정이(칠게)를 잡아서 간장에 넣어다 먹는 능정이 게장이다. 그 간장으로 여러 번 게장을 담그는 것을 반복했으며 남은 간장과 남은 게를 절구에다 찧어서 무 배추와 함께 게국장(간장)을 버무려 담갔다. 바로 익혀 먹으면 고리 탁한 냄새와 구수한 맛이 겸비해 물렁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더 좋아했다.

무 게국지 한 토막을 입으로 조금씩 베어서 밥에 올려놓으면서 먹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게 바로 한해 겨울을 지내는데 꼭 필요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게국지 요리를 하고 나면 탁한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하기 때문에 며느리와 함께 사는 시부모님들은 옥상에 올라가서 먹고 내려온다는 말도 있다.

아직도 서산 태안지역에 가면 게국지 찌개라고 크게 쓰여 있는 식당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이제 점점 사라져 가는 음식이지만 마누라한테 오늘 저녁에 게국지 좀 지져달라는 부탁을 가끔 한다. 그때마다 싫은 눈치지만 저녁상에는 틀림없이 올라오게 만들어준 마누라한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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