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우 / 박 영 춘

늘 가까이에 살면서도

아직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이

지구 끝 어디를 간들

늘 함께 하는 것 같으면서도

항상 혼자인 두 철길

그 차디찬 뼈대위에 눈꽃이 핀다

기차가 눈꽃가루를 뿌리며

산모롱이 돌아 멀어져간다

철길위에 핀 눈꽃

두 바퀴가 죄다 핥아먹었다

만났다 헤어지고

헤어졌다 만나고가 아닌

영영 만나지 못할 운명

서로 변하지 않는 틈으로

만나고 싶어 껴안고 싶어

긴 긴 세월 동안

달려가고 달려오는 두 연인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들은 하나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철길 저쪽 마을에서

나는 철길 이쪽 마을에서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살고 있듯이

기차가 뜸한 날

차디찬 뼈대위에 눈꽃이 피는 날

철길저쪽 편과 철길이쪽 편에서

눈꽃을 뒤집어쓴 소나무는

기찻길처럼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예나 지금이나 눈빛만 깜박깜박

시치미 감추고 모르는 척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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