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우 박영춘

생각과 마음과 영혼은 자유로우나

행동은 신중하여야 하리라

더구나 실천만큼은

더더욱 신중히 하여야 하리라

이름 모를 한포기 풀이

봄에 아귀 터서

긴 밤 짧은 밤 지새우고

더운 날 추운 날 비바람 견디고

쓰러졌다 일어서기를 거듭하다

하늘이 점지하는 대로 꽃펴

때가 되면 가슴에 씨앗 품고

당당히 서있는 한포기 풀처럼

노을빛 바라보며

한포기 풀처럼 살았노라

그렇게 살지 못하였노라

심판이라도 하듯

모두가 다 연극이었어라

꿈결이었어라

모두가 다 잠꼬대였어라

술주정이었어라

넋두리 읊조리는 민초

노을 앞에 선 한포기 풀

이제 모든 것 끝난 듯

바람에게 운명을 맡기고

맥없이 서있는 사그랑이

그래도 생각 마음 영혼만큼은

아직도 나부끼는 풀잎처럼

생생하여라 자유로워라 풋풋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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