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우 박영춘 시인









먼 먼 남녘 훈훈한 곳에서

포근한 사랑 한껏 가슴에 담고

오시는 고운 님

편히 들어오실 수 있게

내 안의 창문을

활짝 열어놓아야겠다

겨우내 참고 견뎌 뿌리 내려

봄이 오면

잎 펴 꽃 펴

알뜰 사랑

열매 맺으려는 그들을 위해

텃밭에 나가

거추장스런 이불 걷어치워

답답해하는 가슴 열어줘야겠다

들끓는 용암 분화구만은

괜스레 성급히 열지 말고

가슴속 눈물로

혼자 얼음장 녹이듯

누가 알까 모르게

서서히 식혀 녹여버려야겠다

봄이 오시려나보다

열어 벗어 뒤집어

다 내주시려는 봄이 오시려나보다

취하지 않게 체하지 않게

탈나지 않게 넘치지 않게

때깔 좋고 빛나고 향기 있는

푸른 날 풀빛 짙은 행복을 위하여

풍만한 봄물 가득 찬 사랑을

밀려오는 정취 부푼 설렘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베물어

야금야금 참 봄맛을 음미해봐야겠다.


저작권자 © 충남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