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용 논설위원(서해중앙교회 담임)

우리 사회 자살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31명이 목숨을 끊는다. 하루에 43명, 연간 1만5천명이 자살한다. 생계비관형 자살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33분마다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이 비극을 대책 없이 구경을 하고 있을 것인가?

고용통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11.1%로 IMF 이후 사상 최악의 수준이라고 한다. 호프집 종업원과 치킨 집 배달일 등 온갖 험한 일을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월세를 내고 나면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워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우리사회다.

이런 소식을 신문에 한 두 줄 장식하고 나면 그게 끝이다. 이런 참혹한 자살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정책의 부재 탓이라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안을 찾아야 한다.

'88만원세대’ ‘삼포세대’, ‘오포세대’, ‘청년실신’(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 ‘인구론’(인문대 졸업생 90%는 논다)…….과 같은 신조어가 유행한 지 오래다. 청년체감실업률은 21.8%, 청년실업자가 무려 107만 명이요, 학생도 아니고 취업자도 아닌 '니트족(백수건달을 완곡하게 돌려서 이르는 말)'이 163만 명이라는 보도다.

한국의 빈곤률은 15%~20%정도다. 중위소득 50%이하일 때 빈곤층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월 150만원 미만의 가정들이다. 빈곤청년의 생애를 추적해 보면 그들 뒤에는 부모의 빈곤이 숨어 있다.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목숨을 끊은 알바처럼 이들은 편의점, 대형마트, 커피전문점, 백화점 주유소……. 등에서 일한다.

이들이 일하는 사내하청기업, 공단 내 소공장, 백화점, 대형마트와 같은 곳에서는 투표일에도 쉬지 않는다. 현실인식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의식이나 정치의식이 있을 리 없다.

모든 국민은 기본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이 사람들이 알 리 없다. 가난하고 못 배웠으니 천대받고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게 정치라는 사실을 알지도 믿지도 않는다.

삼성그룹 회장 한 사람의 재산이 무려 12조 8,750억 원이다. 은행에 예금만 해놓는다면 한 달에 이자만 730만원이다. 현대기아그룹정몽구회장 7조 6,440억 원, 산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5조 1,790억 원,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4조 3,400억 원, SK 최태원 회장 3조 5천억 원, 교보그룹 신창재 회장 2조 2,370억 원……. 이들의 재산이 모두 순수하게 자신들이 땀 흘린 결과로 모은 재산일까?

정치가 없는 사회는 마치 동물의 세계처럼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다.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는 희소가치를 어떻게 배분해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부족한 세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떠안기고 있다. 이른바 줄 푸세 정책이다.

선성장후분배정책이 오늘날 우리사회를 이렇게 되돌릴 수 없는 양극화사회를 만들어 놓았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원문: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
http://chamstory.tistory.com/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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