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영춘(야우)시인

보고 싶은 얼굴 모두 다 둘러보고 싶어

눈시울이 감겨 지지 않아

듣고 싶은 목소리 죄다 듣고 싶어

귀문이 닫혀 지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말문을 닫지 못한 채

자리보전하지 못하는 영혼은

이승을 헤매고 날아다니던 어느 날

허파꽈리로 날아든 검은 사자 때문에

그만 숨길이 오고가지 못해

육신의 시계는 멈추어

눈 감고 귀문 닫고 말문 다문 채

혼자 가기 싫은 길 떠나가신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불효자는 삼가 소리 없이 웁니다

눈을 트이어드리지 못하고

귀문을 뚫어드리지 못하고

말문을 열어드리지 못한 아쉬움에

불효자는 무릎 꿇고

그저 눈물만 흘립니다

그렇지만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이제 아무 근심걱정 하지 마옵소서

어버지의 나라 그곳은

이제 절대로 아프지 않고 춥지 않고

슬프지도 가슴시리지도 않고

밤낮없이 꽃이 화창한 극락입니다

아버지 이제 모든 노여움 거두시고

이제 모든 근심걱정 내려놓으시고

천국에 드시어

아버지의 아버님 어머님을 만나

부디부디 고이고이 영면영면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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