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우 / 박 영 춘

햇볕의 열정

흠뻑 달구어진 바위

호젓하게 모래밭을 에두른 바닷가

따스한 부드러움 뭉쳐진

못 말리는 세모래 알맹이

촉촉한 물기와

따뜻한 화기로 빚어진

하얀 막사발 같은 피부

그 위에 서슴없이 드러눕는다

태양빛이 익을 대로 익은

그 곳의 기운

실핏줄 타고 정수리까지 올라온다

하늘 향해 오체투지 누운 등에

전해오는 세모래 알맹이의 촉감

풍만한 둔부 같다는 착각 속으로

밀물의 숨소리가 가까이 다가온다

산전수전 다 겪은 세모래 알맹이

내공 외공 옹골찬 세모래 알맹이의 밀어

피곤 긴장 흐물흐물 풀리는 쾌감

정말로 못 말릴 모래의 열정

감싸며 휘감고

핥으며 할퀴고

두드리며 쥐어박았을 파도

귓속 깊이 밀려들어오는 듯

가까운 데선 경음악이 들리는 듯

먼 데선 증기기관차가 발차하는 듯

숨차게 밀려오는 급한 파도의 발싸심에

벌떡 일어선 나그네

따끈한 구들장에서 몸 푼 기분

발목 잡는 고운 모래알 보챔에

고운 세모래 밭에 상처만 깊이 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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