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우 / 박 영 춘
흠뻑 달구어진 바위
호젓하게 모래밭을 에두른 바닷가
따스한 부드러움 뭉쳐진
못 말리는 세모래 알맹이
촉촉한 물기와
따뜻한 화기로 빚어진
하얀 막사발 같은 피부
그 위에 서슴없이 드러눕는다
태양빛이 익을 대로 익은
그 곳의 기운
실핏줄 타고 정수리까지 올라온다
하늘 향해 오체투지 누운 등에
전해오는 세모래 알맹이의 촉감
풍만한 둔부 같다는 착각 속으로
밀물의 숨소리가 가까이 다가온다
산전수전 다 겪은 세모래 알맹이
내공 외공 옹골찬 세모래 알맹이의 밀어
피곤 긴장 흐물흐물 풀리는 쾌감
정말로 못 말릴 모래의 열정
감싸며 휘감고
핥으며 할퀴고
두드리며 쥐어박았을 파도
귓속 깊이 밀려들어오는 듯
가까운 데선 경음악이 들리는 듯
먼 데선 증기기관차가 발차하는 듯
숨차게 밀려오는 급한 파도의 발싸심에
벌떡 일어선 나그네
따끈한 구들장에서 몸 푼 기분
발목 잡는 고운 모래알 보챔에
고운 세모래 밭에 상처만 깊이 파이네.
이분임 기자
bun2590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