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용 목사(서해중앙교회 담임)

몇년 전에 한 세미나에 참석하라고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마음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주최측의 대표가 직접 나를 생각해서 해온 전화라 ‘예, 가지요’하고 답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막상 가려니까 몸은 피곤하고 차량으로 2시간 가량 걸리는 먼 길이라 망설여졌다. 하지만 목사가 간다고 한번 대답했으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지 싶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갔다. 막상 가서 세미나에 참석해 보니까 ‘안와도 될 것을 괜히 왔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래서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차를 몰고 되돌아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 사람이 전화했을 때 못간다고 분명하게 말했더라면 이처럼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후회했다.

이처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바로 자기의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도 상대방의 요구에 대해 ‘아니오’라고 분명하게 말하기를 힘들어한다. 상대방이 어떤 일을 부탁할 때 인간관계에 상처를 입힐까봐, 아니면 그 사람 얼굴 때문에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서도 거절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까 상대가 부탁하면 자기가 할 일도 아닌 것을 마땅히 자기가 해야 할 일처럼 여기고 힘을 쓰다 보니까 정작 자기의 삶과 가정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마음속에 내키지 않는 일을 도와주면서 속으로 불평하는 자가 많다. 이와 같이 상대방의 적절히 못한 요구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삶에 생활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적절치 못한 요구를 해왔을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자기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활원칙이 있어야
한다. 즉 자기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우선 순위를 정하고 삶에서 소중한 것부터 실천하려는 결심과 중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생활원칙과 결단이 있으려면 자기 삶에 우선 순위가 높은 것부터 계획서를 적어보라. 그러면 자신의 생활원칙에 방해되는 것에 대해서 정중하게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자기 삶에 올바른 원칙을 갖고 있으면 부당한 요청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답할 수 있다. 만약 자기가 만든 생활의 우선 순위가 자신의 마음과 정신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부당한 부탁을 할 때 거절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기 인생이 다른 사람에게 끌려 다니며 세월을 낭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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