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부


우연히 서재를 정리하다 보니 공무원생활 34년 동안 받은 명함이 명함책으로 무려 스물 한 권이다. 그렇게 나는 으레 처음 만나 인연이 되면 인사를 하고 꼭 명함을 교환했다. 받은 명함으로 이름이나 주소, 휴대폰 전화번호, E-mail이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자랑하고 싶어 하는 직함이 모두 나열되어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진까지 작게 넣어 잘 알아볼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받은 명함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명함첩에 꽂아 놓았다가 그 사람과 연락을 해야 할 경우 명함첩에서 찾아내어 주소나 전화번호를 알아보기도 하고, 연말에 연하장이나 카드를 보낼 때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명함은 그 사람의 얼굴이고, 그 사람에 대한 소중한 정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얼굴에 너무 치장하거나 잘못 옷을 입혀서 오히려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주는 것을 가끔 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명함의 크기가 보통의 것보다 너무 크고, 그 안에 과시용 직함을 너무 많이 찍어 넣는 경우다.

또한 명함을 받아서 만지작거리면서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무례함도 종종 보게 된다. 명함 종이의 질도 어떤 사람은 재생용지를 사용해서 약간 흐린 색 같아 호감이 가는 명함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번쩍이는 금박으로 모양을 낸 명함도 있어 돈 많은 행세를 하기도 한다.

명함을 지니고 다니는 것도 별도 명함첩에 넣어 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양복 호주머니 곳곳에 아무렇게나 넣어 두었다가 자기 명함을 줄 때에는 동전 찾아내는 것처럼 남의 명함들 속에서 간신히 자기 것을 찾아내는 경우도 종종 볼 수가 있다.

어쨌든 자기 명함을 만들고 사용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성품과 꼭 같아서 그 명함 하나로 쉽게 그 사람의 인격을 파악 할 수가 있다.

명함을 주고받을 때는 상대보다 먼저 건네고, 여러 명이 방문했을 때는 우선 대표자에게 건네준다. 건네줄 때는 오른손으로 상대가 읽기 쉬운 방향으로 향하고, 회사명, 소속 명, 이름을 또렷한 목소리로 전한다.

명함을 받을 때에는 양손으로 받으며, 받은 명함을 바로 호주머니에 넣지 말고 이름과 직함을 복창하고 수첩에 넣는다. 상대가 여러 명이면 이름을 잊지 않도록 테이블 위에 상대 좌석 순으로 늘어놓고 상대의 이름을 부르면서 대화한다면 친숙함을 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명함을 응대중이거나 이동할 때는 항상 가슴 높이로, 지명인에게 줄 때는 정면을 향해 상대에게 주도록 한다. 나의 명함은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명함이라고 자부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악수를 나누며 “반갑습니다.” 하면서 명함을 소중하게 주고받는다.

어떤 명함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고, 어떤 명함은 시간이 흐른 다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명함도 있다. 정답게 느껴지는 명함, 신선한 느낌이 드는 명함이 있는가 하면 거만하게 느껴지는 명함, 경박하게 느껴지는 명함 등 사람의 얼굴이 제각각 다르듯이 명함도 제각각 다르다.

작은 것 같지만 어쩌면 나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명함, 이 명함을 주고받을 때 서로 예를 갖춘다면 밝은 사회를 이루는 데 한 몫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충남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