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우//박영춘 시인


산기슭개울로 내려온 젖줄

산 겨드랑이 더듬어

냇둑 안 사타구니에 엎드리어

강물은 그저 흘러 흘러만 갑니다

넓고 깊은 곳으로

흙탕물 모래 낙엽 꽃잎 데리고

강물은 그저

더 넓고 더 깊은 곳으로

욕심 허영 슬픔 고통 시기 질투 버리고

넘실넘실 유유히

강물은 그저 흘러 흘러만 갑니다

시작도 모르고

끝도 모르고

강물은 그저 흐르고 흘러

언젠가는 멈출 날 있겠지

편히 쉴 날 있겠지

별빛 바라보며

강물은 그저 흘러 흘러만 갑니다

굽이굽이 세월의 뒤안길 휘돌아

문화 역사의 뒤안길 굽이쳐 돌아

기쁨도 슬픔도 모르면서

유유자적

강물은 그저 흘러 흘러만 갑니다

받아들여도 또 받아들여도

세월이 흘러도 또 흘러도

천년만년 쌓이고 또 쌓이어도

마냥 그 타령인 바다로

낮은 자세 낮은 마음으로

강물은 그저 흘러 흘러만 갑니다

내가 있고 도랑이 있는 한

강물은 그저 영원히 흐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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