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용 목사(서해중앙교회 담임)

1996. 9. 15 이곳에서 첫 예배를 드린 지 어언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년의 세월 동안 많은 고난과 좌절의 맛보며 목회가 무엇인지 조금씩 배워 나가고 있다.

목회를 하면서 가장 생각나는 시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 국화꽃으로 피고 싶은 마음이 시인의 마음이다. 시인은 천둥 같은 고뇌와 삶의 고단함을 통해 아름다운 가을 국화꽃으로 피워나고 싶은 마음을 소쩍새의 눈물로 승화시켰다. 신실한 목회자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뇌와 싸워야 했던가?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어느덧 젊음은 사라지고 청춘을 회상하며 가을 국화 같은 향기로운 누님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을 통해 내 모습을 본다.

40살 젊은 나이에 서산에 와서 개척교회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머리에 하얀 이슬이 내렸다.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20년 동안 목회를 통해 느낀 점은 지난 세월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나는 목회를 하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속으로 말하길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고 하며 인내하는 기질도 배웠다.

나는 목회의 비결을 보리밟기에서 배웠다. 농부들은 가을에 보리씨를 뿌린다. 그리고 보리는 겨울철 서릿발이 내릴 때 싹이 나는데 이 때 반드시 밟아준다.



보리 싹을 밟아 주면 허약한 싹은 꺾인다. 그리고 싹이 다시 돋아나게 되는데 다시 일어난 싹은 전보다 더 강한 줄기가 된다. 처음 돋아난 줄기는 80-90알정도 밖에 열리지 않지만 밟혀서 다시 일어나 줄기에서는 450알이나 열린다.

그래서 농부들은 겨울철 보리가 싹을 내면 반드시 보리밟기를 한다. 보리는 밟힐수록 동상해(凍傷害)를 방지하고 열매를 많이 맺기 때문에 수확증대를 위해서는 반드시 밟아줘야 하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보리가 밟히듯이 당신이 밟히는 것은 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고난이 내게 유익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시119:71)

​맹자(孟子)도 말하길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대임(大任)을 맡기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마음을 고뇌하게 하고, 살과 뼈를 고달프게 하며, 배를 굶주리게 하고, 몸을 곤궁하게 하며, 또한 하는 일마다 어긋나고 뒤틀어지게 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그의 마음을 분발시키고, 타락한 성정(性情)을 강인하게 만들며, 그의 부족한 능력을 키워준다’고 했다.

하나님은 어떤 사람을 쓰시려고 할 때는 반드시 고난과 역경을 통해 인간의 죄악 된 본성을 연마한다. 창립 20주년을 맞으며 이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송이 국화꽃으로 피어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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