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식(초록우산 서산회장)

 

묵은해가 가고 새해 2016년이 왔다. TV에서는 어김없이 제야의 타종이 있었다.

작년 눈부신 햇살의 기억이 선명한 어느 오후, 서산시청 앞마당에서 ‘서산시민의 종’에 대한 공청회가 있었는데 어찌 진행이 되는지 궁금하다. 우리 서산에서도 자체의 타종행사가 열리기를 기원하며 이 글을 기고한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후,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치의 상징으로 시민의 종을 건립하는 바람이 있었다. 성공적으로 건립이 된 곳도 많지만 여러 문제가 표출된 곳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의 가장 큰 이유로 예산편성의 문제, 타종 기회의 효율성 부족, 종교적 거부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서산시 공청회에서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우려사항이 아니라는 시장님을 비롯한 시 관계자들의 답변도 있었다.

첫째, 예산편성에 관한 것이다. 초청패널 한 분이 시민의 종을 만들기 위해서 16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하자 참관하던 시민 두어 분이 그 많은 돈을 들여서 사업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을 했고, 시장님의 답변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예산은 시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추진을 하되 부족분은 시에서 보조하는 방법이 민관이 함께 추진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시민성금만으로 충족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것이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성공한 개인이 수십억 비용 전액을 기부하여 시민의 종을 만든다 하였는데, 서산시 공청회에서 어느 아주머니의 “좋은 종을 위해서 집에 있는 숟가락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십시일반의 자세가 훨씬 아름답고 의의가 있다고 본다.

신문기사에서 다른 자치단체들 책정예산이 30억, 35억 원에 비해 서산시가 예상하는 비용은 그 절반 정도이다.

둘째, 타종의 효율성에 관한 것이다. 시민의 종하면 떠오르는 것이 제야의 타종이다. 하지만 어찌 제야의 타종뿐이겠는가? 시민들은 각종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단체의 특별한 기념을 위해서 종을 울릴 수 있다면 분명 행복한 기회이다.

필자가 속한 어린이재단 초록우산은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이 훌륭하게 자랄 수 있도록 봉사하고, 십시일반 성금을 내는 단체이다. 초록우산 명의로 시민의 종을 울릴 수 있다면 회원들은 더 보람이 있을 것이고 어린이들의 얼굴은 더 밝게 빛날 것이다. 지역봉사회, 어린이날, 노인의 날, 장애인의 날, 여성의 날, 경찰의 날, 농민의 날 등 무수히 많은 타종기회를 만들 수 있다. 기회는 많을수록 좋으며, 시민의 봉사정신이 더욱 고양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셋째, 종교적 오해에 관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종은 무조건 ‘불교의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불교에서 종을 사용하지만 기독교에도 종이 있다. 전국에 있는 많은 시민의 종은 세계적 고유명사인 ‘한국종’의 전통형상을 도입한 것일 뿐이다. 종교적 오해가 있는 부분은 시민의 종에서 도입하지 않으면 된다.

최근, 세계로 도약하는 미래지향적 도시로 거듭나는 서산시의 청사진들이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대산항이 확장 국제항으로 거듭나서 외국 특히 중국과의 직접 교류가 확대되고, 서산 공군 비행장은 민간공항의 역할을 겸비하여 서산 뿐 아니라 인접한 많은 지역의 항공여객들이 세계로 드나드는 관문이 될 것이며, 고속도로가 서산의 깊숙이까지 연결되면 과거 ‘갯마을’이라는 단어는 박물관에서 간직해야 할 정도이다.

이는 서해안 시대가 열리는 국운의 변화와 함께 해 지는 서산이 아니라 ‘해 뜨는 서산’을 만들기 위한 서산시민의 열정에 의해서 이루어진 결과이다. 시민이 함께 대도약의 시대를 염원할 문화적 상징물은 마땅히 필요하다.

한국종은 세계 종소리 콘테스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성덕대왕신종 명문에 진위양곡(震威暘谷) 청운삭봉(淸韻朔峯)라는 문구가 있다. 해 뜨는 동에서 북쪽의 변방까지 종소리의 위세가 떨치라는 의미이다.

우리 서산시의 위세도 그처럼 널리 떨치기를 희망하며, 아름다운 형상과 소리를 가진 시민의 종이 만들어져 모든 서산시민이 기쁘게 종을 치고 기운생동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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