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춘 시인

꽃피었을 때

눈길하나 안 주었더니

꽃이 진 자리에 가시가 돋아

싫다는데도

잡아떼는데도

성가시게 아그데아그데 달라붙어

칙칙하게 나를 을러메는구나

사람은 따라야 따라져 귀염을 받는데

따르라고 해서 따라지는 것도 아닌데

따르지 말라 해도

너는 잘도 나를 따라붙는구나

씨알머리 없으면

버르장머리라도 좋아야지

체통머리 없이

막무가내 덤벼들다니

애당초 너랑은

상종을 말았어야 할일

꽃말이 흥분이라더니

새카맣게 달라붙어

나를 도깨비처럼 흥분시키는구나

좋은 자리에 시집보내

되모시가슴에 맺힌 가시

샛노랗게 꽃피게 해달라고

애걸복걸 달라붙는구나

도깨비바느질 도깨비망나니

씨알머리 없는 짓거리

멀쩡한 바짓가랑이

도깨비장터 만들어

도깨비품바 달뜨는 장타령이구나

장돌뱅이 바짓가랑이 따라가

너의 소원 싹 틔워 꽃피우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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