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명: 보령웅천도서관

작성자: 사서 이지숙

도서명: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저자: 정재찬

출판사: 휴머니스트

 

 

 얼마 전에 '동주'라는 흑백 영화가 개봉하였다. 일제 강점기에 시를 쓰고 싶었던 윤동주의 삶을 그린 영화였다.

이 영화 속의 윤동주가 내레이션한 시들이 가슴 먹먹하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마 시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시를 읽을 때는 호흡을 한 번 멈추어 읽고, 읽고 나면 복잡함이 비워지고 힐링이 됨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시를 어렵게만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런 편견을 가졌던 때가 있지만, 지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시집을 찾는다. 이 책도 어느 날 번잡한 생활 속에서 나에게로 왔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 아 맞다. 내가 잊고 있었던 시들이었다. 나의 영혼과 감성을 무뎌지지 않게 하고 소소한 행복을 주는 시들...

책에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의 시가 수록되어 있고, 시인들의 인간적인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다. 김소월의 <부모>, <어려 듣고 자라 배워 내가 안 것은> 시가 수록되어 있다.

물론 시 내용도 좋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시인 김소월의 가정생활과 짧은 생에 대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김소월의 아버지는 구타를 당해 정신이상자가 되어 일찍부터 가정을 돌봐야하는 처지가 된 김소월... 가족을 부양하는 데 '시인'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다. 두 아들을 남기고 스스로 자살한 시인 김소월, 그의 아픔이 느껴졌다. 항상 밝고 소박함이 있던 그의 시가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다음으로는 작가 신경림의 '아버지의 그늘'이다. 많은 사람은 아버지 또는 어머니처럼 살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아버지와는 정반대로 살겠다고, 노름에 여자문제 천덕꾸러기 같은 아버지로 힘들었던 신경림은 전혀 그와 다른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생각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거울 앞에 선 처량한 모습에서 아버지와 같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감정에서 눈물이 났던 시인, 아직까지도 감동으로 남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 여러 시인들과 만났지만 신경림 작가의 시와 이야기가 오래도록 감동으로 남아 있다. 갈대의 한 부분을 다시 읊어보며 감성을 공유하고 싶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의 <갈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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