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명: 서부평생학습관
작성자: 정선경
도서명: 상실의 시간들
저자: 최지월
출판사: 한겨레출판
병신년 새해를 맞이하여 새 근무지로 부임하게 되었다. 새로운 업무 환경에 적응하고 직원들과의 친분을 우선하다보니 새해 계획을 세워 볼 틈이 없었다. 분명 새해 계획 목록에 「독서하기」가 들어가 있었을 텐데~.
우연히 신간도서가 있는 서가를 둘러보다 수상작이라는 단어에 책을 뽑아 들고 작가가 누구지? 라는 의문과 함께 작가 이력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문헌정보학과 졸업에 사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오잉~~ 사서 중에 작가가 나왔다니 별일이었다. 남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다루는 사서가 작가가 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 사서들로서는 언감생심 도전은커녕 생각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나와 같은 사서가 소설을 썼다니 대단하다는 생각과 호기심에 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책을 읽다보니 주제도 독특하게 엄마의 죽음 이후에 관하여 썼다. 연로하신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이 살아계신 나로서는 빠른 시일 내에 겪게 될 일이 될 것 같아 메모하며 읽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을 가족 어느 누구도 준비하고 있지 않은 점, 돌아가시고 나서 장례를 치르는 과정, 탈상까지의 남아 있는 가족들의 심리 상태와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 등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급해졌다. 무엇부터 해야지. 돌아가시면 장례는 기독교식으로 해야 하나 천주교식으로 해야 하나, 상조회는 가입했던가, 혼자되신 부모님은 어떻게 해야지 등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일들로 인하여 마음이 심란하고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
주인공 석희의 심정이 백분 이해되면서 돈 들어가는 것은 무조건 반대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자 하는 언니 소희의 태도 때문에 답답하다 못해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돌아가신 엄마의 삶을 뒤돌아보면 평범한 전업주부이자 아내로서 군인인 남편을 위한 내조와 아이들의 양육에 젊은 날의 삶을 보냈던 우리 엄마의 모습이었다. 이런 삶을 살다 간 아내에게 인색하다 못해 몰인정한 태도를 보이는 아버지에게 석희 이상으로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마치 캄캄한 터널을 지날 때처럼 숨이 막히는 답답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나나 우리 가족이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소설을 소설로만 여길 수 없는 책을 만나 무겁게 시작한 새해지만 한 번은 겪어야할 일이기에 무거운 마음이 되었던 듯하다. 아직 건강하게 살아계신 부모님들 덕분에 소중한 시간을 소유하고 마음 편하게 생활하고 있으니 감사와 안도로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지내야지. 부모님께 안부 전화라도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