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명: 서부평생학습관
작성자: 정선경
도서명: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저자: 김근우
출판사: 나무옆의자
 

정보통신의 발달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뿐만 아니라 별난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라는 책제목을 보고 정말 오리가 고양이를 잡아먹은 사건이 있었나? 라는 의구심과 함께 설마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앞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요즘 우리 이웃엔 애완동물과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고 관계 또한 사람이상으로 친밀하고 의지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핵가족의 보편화, 1인 자녀, 독거노인 가정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사회현상인 것 같다.
  소설 속의 노인도 가족이상으로 지낸 호순이라는 고양이를 오리가 잡아먹었다며 사람을 고용하여 찾고자 하였다. 고용된 남녀는 황당무계한 이야기에 말도 안 되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찾기 위한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다. 사진을 찍는 내내 있을 수 없는 일에 뛰어들었다는 한심한 생각과 일 같지 않은 일을 하고 일당을 받는다는 부끄러움으로 후회를 하고 있는 남자는 마치 청년실업자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꿈을 이루기엔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막다른 골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여야만 하는 처지.
  무더운 여름날 폭우가 쏟아졌다. 그동안 가뭄으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힘들어하던 차에 내린 비는 땡볕에 시달렸던 남자에게 그동안 쌓였던 부끄러움과 불편했던 마음을 씻겨주고, 호순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잡겠다는 노인의 집착에 대한 한계를 드러내게 하는 비였다.
  평소에 보잘 것 없던 개천 불광천은 여름 장마 비로 물이 불어나 급류의 물살이 흘렀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가재와 송사리 잡으며 놀던 하천이 장마 비에 거대한 강물처럼 변하여 바구니, 쓰레기, 나무, 새끼돼지까지도 쓸어가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쪼그라든 가슴과 신기함으로 넋 놓고 바라보던 때가 생각났다. 사실 지은이는 태어날 때부터 하반신 이상으로 제대로 걸어보거나 달려 본 경험이 없다. 그런데 개천 급류에 뛰어든 노인을 구하기 위해 남자는 달리고 또 달려 급류와의 사투 끝에 마침내 노인을 구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급박한 상황에서 소설속의 남자로 변한 지은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노인의 몸이 회복되면서 호순이를 잡아먹은 오리 찾기는 다시 시작되었고 남녀와 노인 사이엔 전에 없던 정(情)이 쌓여갔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가족 간의 사랑을 회복시키고자 노력하는 남녀의 진정한 마음을 노인은 알았는지 잃어버린 호순이와 호순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찾았다고 갖고 온 고양이와 오리에 대하여 왈가왈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노망난 노인 취급을 받을 정도로 집착했던 것에 대한 체념인지 단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고양이와 오리를 새 식구로 받아들이면서 남녀는 오리를 쫓는 사람들에서 해방되었다.
  우리들은 삶 속에서 자녀교육, 취미활동, 운동 등에 지나친 관심을 쏟고 있어 가족이나 이웃과의 관계에 소홀한 경향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가 점점 멀어질수록 외롭고 고독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애완동물이나 로봇 등 대체물이 등장하고 이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소설은 소외되고 고립된 우리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그동안 우리가 집착하고 있던 것, 그것으로 인하여 소중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해준 가뭄 끝에 만난 단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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