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야우/박영춘

남지나해에서 태어난 태풍

대륙도 태평양도 마다하고

반도에도 들르지 않고

피비린내를 마시고 싶음인가

태풍은 왜 굳이

섬으로만 불어 불어 가는가

 

 

 

탄광에 묻힌 징용의 핏방울들

생체실험에 아파하던 핏줄기들

남지나해에까지 끌려갔던 정신대

그녀들의 하혈

그 피비린내들이

태풍의 깃발을 섬으로 몰고 오는가

 

 

 

정신대의 정조정신이

징용대의 지조정신이

태풍을 섬으로 불러들여

피비린내를 핥게 하고 싶음인가

바다 속 대한반도의 뿌리

맹랑히 잡아 흔드는 원숭이

돼먹지 못한 잔꾀를 훈계함인가

 

 

 

낮은 곳엔 짠물 넘쳐흘러

물바다 이루리라

높은 곳엔 불덩이 튀어나와

불바다 이루리라

치솟는 헛소리 잿더미 되리라

 

 

 

그때서야

비린내는 하늘로 날아가리라

그때부터

태풍은 바다로만 불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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