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협회논단] 서영태 (사)전국지역신문협회 충남회장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하자 인접한 충남의 축산농가에 위기감이 몰려오고 있다.

충남은 전국 돼지 사육량의 20%가 사육되는 전국 최대 양돈지역으로, 농민들은 올해도 구제역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충남을 강타한 구제역은 천안에서 시작되어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366건이 발생해 모두 46만여 마리의 돼지와 소가 살처분 됐고 농가 보상비에만 1천450억원이 들었다.

2015년에도 구제역 70건이 발생해 3만여 마리가 살처분 됐고, 지난해에도 4개 시·군 19개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돼지 2만2천 마리가 땅에 묻혔다.

직접적 피해 외에도 소·돼지고기 가격 하락과 관광객 감소 등 간접 피해가 이어지면서 지역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에 어떻게든지 충남지역에는 구제역이 전파되자 못하도록 방역방국은 초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전북 정읍의 한우농장의 경우 백신접종 기록은 있지만 이번에 다시 검사한 결과 항체형성율은 5%에 그쳤다. 충북 보은의 젖소농장의 항체형성율도 19%에 불과해서 백신접종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농가에 책임을 돌리며 백신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백신접종을 하더라도 냉장보관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거라고 주장하지만 농가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백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현재 쓰는 백신이 국내 구제역 바이러스와의 유전적 차이 때문에 접종을 제대로 해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같은 논란은 이미 2015년부터 제기됐지만 대체 백신은 몇 년째 품목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이에 충남지역에선 우선적으로 1만5천여 축산농가에서 구제역 항체 형성률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선발병, 후조치' 방식으로 이뤄지던 구제역 대응에서 벗어나 구제역 항체 형성률이 낮은 농가를 찾아내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는 선대응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보은과 정읍 축산농가의 구제역 항체 형성률이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질적인 농가 백신 접종 소홀이나 접종 방법에 허점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당국에서는 구제역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농가들에만 책임을 돌리지 백신 자체에 문제가 없는지 재점검에 나서주길 바란다.

또한, 구제역 검사가 발생 빈도가 높았던 돼지 중심으로 이뤄져 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만큼 한우와 젖소 농가들에 대해 철저하게 검사를 강화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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