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산경찰서 조현규 순경

▲ 서산경찰서 조현규 순경

“어렸을 때 부모님은 농사일 나가시고 집에 혼자 있는데 삼촌 친구가 오셨다. 아는 사람이니까 아무렇지 않게 인사했는데 잔뜩 술에 취한 삼촌 친구가 갑자기 내 몸을 더듬었다. 당황스러웠지만 힘껏 밀쳐내고 집밖으로 도망쳐 나가서 봉변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아는 사람이라도 먼저 경계하게 되고, 남자를 믿지 못하는 병이 생겼다.”

충남 서산시에 거주하는 A씨는 어린 시절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며 찌푸렸다. A씨는 “그때 부모님께 말씀 드릴까도 생각했는데 그냥 마음속에 묻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수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지금은 세월이 좋아져서 상담이라도 받고 상처가 치유될 수도 있지만 그 시절에는 어디 그랬나.”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듯 몸과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는 어린이성폭력 범죄가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서산경찰서 조현규 순경이 어린이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또 성폭력 피해 아이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안내하는 글이다. -편집자 주

국민 안전을 위해 내건 정부의 4대악(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근절 정책 중 학교폭력은 경찰 및 유관기관,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 아래에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성폭력 범죄는 유독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초·중·고교생 가운데 학교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3년 2.2%, 2014년 1.4%, 2015년 1.05, 2016년 0.9%로 계속 줄고 있지만, 초·중·고교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심의한 학생 간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각종 성 관련 사안)건수는 2015년 1천 842건으로 2012년(642건)보다 3년 만에 3배가량 늘었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성폭력 피해가 초등학교가 최다 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학교 성폭력 관련 민원 750건을 분석한 결과 초등학교가 213건(28.4%)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등학교(181건, 24.1%)와 중학교(120건, 16.0%), 대학교 118건(15.7%)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긍정적이고 좋은 경험만 가지고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이 배움의 터에서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경찰은 ‘사소한 장난도 성폭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확고히 심어주도록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예방교육을 내실화해야 하며, 학교 주변 ‘아동안전지도’를 이용해 토론, 상황 극 등 이해·활동중심 예방 교육을 하고, 성폭력 피해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담 및 치료를 위해 해바라기 지원센터를 이용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바라기 지원센터는 여성경찰관이 파견되고 여성간호사·상담사가 24시간 상주해 365일 조사, 상담, 치료가 원스톱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여야 한다.

그 외에도 신속한 피해회복과 권익보호를 위해 피해자전담경찰관을 배치해 피해자에게 맞는 경제적·법률적·심리적 지원과 전문 지원 단체 연계를 용이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학교 및 부모님들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학교 관계자들은 아이들 수준에 맞는 성교육을 함으로써,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소중함을 확립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아이들과 지속적인 면담과 소통을 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정에서는 성폭력 예방 수치를 위한 단계적인 교육, 예를 들어 부모의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을 따라가거나, 다른 사람이 주는 돈, 먹을 것, 게임기 등을 받지 않도록 하거나 등하교 시간을 지키도록 하여, 학교에 너무 일찍 가거나 늦게까지 남아 있지 않도록 하는 등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성폭력 예방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경찰, 학교, 부모님들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예방교육이 제대로 인식된다면, 학교폭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반드시 척결해야 할 성폭력 범죄도 줄어 들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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