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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 줄 시에서 인생과 철학을 읽다
[1호] 2017년 03월 14일 (화) 15:42:39 정형록 기자 kissqwerty1@naver.com
   
 

도서관명: 홍성도서관
작성자: 장보람
도서명: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저자: 류시화
출판사: 연금술사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는 『한 줄도 너무 길다』로 하이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류시화 시인이 15년 만에 완성한 새로운 하이쿠 소개서이다.

하이쿠가 낯선 독자들을 위해 류시화 시인이 직접 하이쿠에 대한 해설을 달아 그 이면의 뜻과 배경, 하이쿠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시인의 눈으로 재해석해 하이쿠의 세계로 입문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하이쿠(俳句)는 일본 에도시대(1603년~1867년)에 발달한 일본 전통시의 한 형태로 총 3행 17글자로 이루어졌으며 각 행은 5·7·5의 음절로 구성되어 있다. 하이쿠는 당시 상류층의 문학 세계를 조롱하며 서민들의 놀이로 등장하여 서민들을 문학의 세계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저자의 책에 실린 하이쿠를 몇 가지 살펴보면,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마쓰오 바쇼)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 허물은 (마쓰오 바쇼)

나비 한 마리/ 절의 종에 내려앉아/ 잠들어 있다(요사 부손)
모란꽃 져서/ 고요히 겹쳐지네/ 꽃잎 두세 장(요사 부손)

울음 울면서/ 나무 위의 풀벌레/ 떠내려가네(고바야시 잇사)
벼룩 네게도/ 분명 밤은 길겠지/ 외로울 거야(고바야시 잇사)

돌에 앉은 잠든 나비/ 나의 슬픈 인생을 / 꿈꾸고 있는지도 몰라(마사오카 시키)

시를 읽은 대다수 사람들은 시의 길이가 무척 짧지만 그 속에 담긴 함축적인 내용과 긴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이쿠를 짓는 데는 몇 가지 규칙이 있는데 5·7·5의 음절 17자로 형식을 맞추어야 하고, 계절을 표현하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

또 시가 짧아 한 번에 읽어 내려가는 것을 막고 여운을 주기 위해 중간에 끊는 말을 넣는 것을 규칙으로 한다. 하이쿠는 주로 서민들이 짓고 즐겼는데 이런 하이쿠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이가 마쓰오 바쇼다. 마쓰오 바쇼는 1644년 하급 무사를 겸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인간 세상에 회의를 느껴 방랑시인의 길을 걸었으며 1000구 가량의 하이쿠를 남겼다. 바쇼 외에도 잘 알려진 하이쿠 작가로는 고바야시 잇사, 요사 부손, 마사오카 시키 등이 있다. 특이하게도 이들 중 대부분이 방랑생활을 했는데 아마도 이런 생활을 통해 시적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일본에는 하이쿠 애호가가 1000만명에 이르고 전문월간지와 동인지도 꾸준히 발간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하이쿠가 몇백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로는 지친 현대인의 일상을 위로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와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소통하고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지친 이 시대에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하고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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