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남들이 하니까’라는 생각 대신 ‘내 아이가 뭘 잘하지’에 관점을..

▲ 기고-심리상담사 노태영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의 진로문제로 고민한다.

 

4년 전, 큰아이의 확고한 신념 아래 결정한 특성화고 진학을 앞두고 '다 가는 대학 안가면 내 아이가 무시당하지는 않을까, 정말 잘한 결정일까' 밤을 새워 염려했던 일이 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대학 대신 올해로 2년 째 영상기자로 활동하며 연구하고, 현장에서 부딪히고, 도전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며 행복해 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부모의 체면 때문에 한때 고민했던 시간들을 후회하곤 한다.

 

"이 일을 하면서 공부를 더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때, 그때 대학 가도 늦지 않다."고 말하는 녀석이 대견하기도 하다.

 

스마트한 시대, 아이들도 스마트해졌다. 자신의 진로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할 줄 안다. 부모의 체면 때문에, 사회에서 보는 시각을 우려해서, 여러가지 이유로 아이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가장 현명한 부모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노태영 심리상담사(충남 논산 거주)가 상담교육과정을 밟으면서 만난 한 지인의 사례를 들어 급변하는 이 시대, 자녀들의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다음은 노태영 상담사의 기고문이다.-편집자 주

 

상담교육과정 모임에서 지인이 발표한 고민사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까 한다.

 

현재 17년째 수학과외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고등학생, 중학생 2남을 둔 워킹맘이다.

 

남편은 조금 힘들긴 해도 그간의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고, 아이들은 사춘기에도 별 탈 없이 자라주고 있다는 말에 아주 평범한 여느 가정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그녀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바로 첫째 아들 녀석 때문이란다.

 

지난해 마이스터고라 하는 공고에 진학해 지금 2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한다. 벌써 대기업 S사에 취업까지 되었다는 말에, 함께한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지만, 그녀는 반색한다.

 

그러면서 아들이 창피하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말하는 것이 부끄럽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7년째 과외교사로서의 경력답게 그녀가 지도한 아이들이 명문고, 명문대학에 진학한 일들이 비일비재 했다. 그래서 소개 소개로 과외를 받겠다는 학생 수도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첫째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학부모들로부터 “선생님, 이번에 선생님 아들 어느 학교에 진학했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서 그녀의 내적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첫째, 아들은 공부에 관심도 없고, 사실 그녀도 아이의 공부지도를 제대로 해 준적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은 공고에 진학시켜 취업을 하는 편이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 나을 수 있겠다는 판단에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상의해서 공고진학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더 적극적이어서 그녀도 잘한 선택이라고 굳게 믿었다고 했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반복적인 질문이 쏟아지고 아들의 공고진학을 말하는 순간, 학부모들의 표정변화가 그녀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경력 많은 수학선생이 왜 자기 아들은 공고를 보냈지?”,

 

“어머, 내 아이 저 선생한테 맡겨도 되나?”

 

이런 속마음이 그들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니, 그녀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점점 위축되고 학부모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지면서 이로 인해 지금껏 쌓아놓은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게 되는 건 아닌지에 대해 무척 고민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다들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이런 그녀를 응원해주었다.

 

그리고 한주가 지나고, 다음 교육시간에 나타난 그녀는 평소보다 표정이 훨씬 밝았다. 그 날 저녁, 집에 돌아가 아이와 솔직히 이야기를 나눴다며.

 

아들이 하는 말이 “엄마, 난 지금 너무 만족해, 대학을 꼭 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향후 직장생활하면서 필요하면 그때 도전하면 되지.” 그녀는 그런 아들을 꼭 끌어안아주었다고 한다.

 

‘엄마보다 나은 아들, 언제 이렇게 컸나, 아들 사랑해’ 속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더라는 것이다.

 

이제 그녀는 학부모들과의 면담이나 아이들과 자유로운 대화시간에는 꼭 진로상담을 해준다. 꼭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는 것도 답일 수 있지만, 아이의 적성이나 특성을 살려 다른 길도 고민해보는 것, 이제 그녀는 과외교사 일보다 진로상담사가 되길 원한다.

 

그래서 그녀가 상담교육과정을 공부하게 된 계기를 뒤늦게 밝혔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 ‘사교육→명문대→대기업·공무원→은퇴=성공한 삶'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여기서 말한 요지도 아이들에게 무조건 선행학습을 시킬 게 아니라,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서로 협력하고 공감할 줄 아는 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해진다는 것이고, 이는 지금의 현실에도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100세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의 관점에서, ‘남들하니까’가 아니라, ‘우리아이는 뭘 잘하지’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의 적성에 맞는 것을 찾아봐주는 그런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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