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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
[1호] 2017년 03월 20일 (월) 13:32:42 정형록 기자 kissqwerty1@naver.com
   
 

도서관명: 예산도서관
작성자: 조은숙
도서명: 시간을 파는 상점
저자: 김선영
출판사: 자음과모음
 

 

시간이란 무엇일까? 해가 바뀌거나 어떤 큰 일을 맞닥뜨렸을 때 불현 듯 시간의 흐름을 느낄 뿐, 그 근원을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들이쉬고 내뱉는 일상의 공기처럼 원래 있었던 자연의 일부이고 삶의 배경일 뿐 따로 머릿속에서 의식하지 못하는 개념이라고나 할까.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간을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두 개념으로 인식했던 듯하다. 크로노스란 시간의 신으로 객관적 시간, 즉 흔히 우리가 말하는 물리적 개념의 시간이다. 크로노스는 신 중의 신인 제우스의 아버지였다. 제 능력보다 뛰어난 아들이 태어난다는 말에 레아가 낳은 자신의 핏덩이를 심장부터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신으로 흔히 오른손에는 모래시계를 왼손에는 하르페(반월도)를 잡고 땅을 내려다보는 모습으로 형상화 된다. 시간이란 그렇게 가차 없다는 뜻을 말하는 듯하다.

또 다른 시간의 신은 ‘카이로스’다. 흔히 앞머리는 길지만 뒷머리가 벗겨진 미소년으로 그려진다는 그는 ‘기회의 신’으로 빨리 포착하지 않으면 잃어버리는 ‘기회’를 강조하는 신이다. 의미적 시간, 또는 주관적 시간으로 해석된다.

고대 사람들은 설명하기 어려운 우주적 신비 또는 자연현상을 이렇게 신적 영역으로, 신화에 빗대어 설명하지만 그 의미와 교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간을 파는 상점>이란 이 소설은 ‘제1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2012년 발간된 책이다. 청소년 소설의 전형인 ‘학업, 이성, 가족 또는 친구’ 등의 한정적 문제의식을 뛰어넘어 ‘시간’이란 철학적 명제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고 있다. 의미 있는 시간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건강한 청소년을 그려내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백온조는 여고생이다. 소방대원이었던 아버지를 잃고 시민단체 일을 하는 엄마와 살고 있다. 아빠의 못 다한 시간을 살아내고 엄마에게 경제적 도움을 드리고자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만만치 않다. 도덕적이지 않은 상점주에 상처받고,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쓰러져 입원하게 되면서, 돈으로 환치될 수 있는 물리적 시간(크로노스적 의미)에 대한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는다. 시간이 돈이 될 수 있으니, 시간을 팔면 어떨까라는 자신의 생각과 시간이란 그렇게 딱딱하게 각이 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엄마의 생각이 더해지고, 아빠의 신념어린 삶을 떠올리며, 몇 가지 조항을 달아 시작한 인터넷 상점이 ‘시간을 파는 상점’이다.

자신의 능력 이상은 거절할 것, 옳지 않은 일은 절대 접수하지 않을 것, 의뢰인에게 마음이든 위로든 줄 수 있는 일을 선택할 것. 무엇보다 시간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것 등의 단서조항을 달았다. 카페 대문에는 시간을 관장하는 신 크로노스의 모습을 그려 넣고, 온조는 상점주인 ‘크로노스’가 되었다.

온조에게 의뢰되는 일들은 쉽지 않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누군가에겐 소중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야 함을 깨닫게 하고, 흘러가는 간절한 시간을 잡아주는 일들을 해결해 나가며, 물리적 시간(크로노스)으로만 인식되었던 시간들이 보다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카이로스)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음에 대해 성찰해 나간다.

어떤 사람도 시간을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로 구분해 가며 살지는 않으며, 그렇게 살 수도 없다. 다만 온조처럼 어떤 생각과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단순한 물리적 시간을 의미 있는 주관적 시간으로 바꾸어 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뿐이다.

문학상 수상작이란 사실 만으로도 이미 검증받은 책이라 할 수 있겠지만, 수상 시 청소년 소설의 지평을 넓힌 소설로 평가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고,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시간’이란 다소 무거운 관념을 청소년이 재미있으면서도 이해하기 쉽께 쓴 작가의 탄탄한 사유와 문제의식, 그리고 막힘없는 문장력이 돋보인다. 청소년이 주인공인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지만 모두가 읽어도 좋겠다.

온통 문제투성이의 위태위태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속에서, 유독 밝고 당당한 주인공 온조와 주변 사람들, 이들의 주관적이지만 건전한 삶의 태도가 읽는 사람에게 전이되는 듯 마음이 밝아진다.    

정답이 없는 진로로 고민 많은 청소년들에게, 하루하루 바쁜 일상에 묻혀 생각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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