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영춘 시인

계절의 봄은 벌써 와서

정원에 꽃을 피우는데

마음의 봄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네

 

요즘 부는 바람

심난하지도 않고

신명나지도 않고

그저 냉랭하기만 하다

 

봄바람도 아니고

마파람도 아니고

하늬바람도 아니고

문풍지 울리는 삭풍인지

홍등가 막걸리 풍월인지

안방마님 부챗살 선풍인지

요즘 부는 바람

부는척하다가 흐지부지

발버둥만 치다가

쓸모없는 돌풍만 일으켜

괜한 꽃잎만 떨어뜨리누나

 

바람이 제발 좀 곱게 불어

바람이 제발 좀 조요히 잠들어

꽃이 활짝 피어

제발 이번 열매는 제발 좀

야무지게 잘 여물었으면 바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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