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태영 심리상담사

 

친정엄마에게 안부문자가 왔다. 여든이 다 되어가는 연세에 전화는 그저 걸고 받는 용도였는데, 어떻게 문자를 배웠나 싶었더니, 지난 주말 큰조카가 가르쳐줬다며, 엄마는 새로 배운 핸드폰 문자전송법으로 삶의 활력을 얻은 듯 했다.

친정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백이가 우리들보다 낫네. 세 시간 걸렸데. 노인들 가르치는 일이 보통 인내심으론 안 되잖아. 참 대견해” 조카의 기특한 일을 칭찬했더니 돌아오는 답이 걸작이다.

“나는 요즘 걔가 뭔 생각하는지 모른다. 지가 고3인거는 아는 지. 오지랖만 넓어가지고...”

오랜만에 모임에서 후배 K를 만났다. “피부 톤이 맑아졌네. 부지런히 관리 하나봐. 너무 보기 좋다. 부러워”라는 내 얘기에 K는 “언니, 나 오늘 머리도 못 감고,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내 얼굴 퉁퉁 붓지 않았어?”

며칠 전에는 남편과 함께 단골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여사장님에게 남편이 “사장님, 요즘 얼굴 좋아보이시는데요” 그러자 “아~휴, 저 살쪘다는 말씀이시죠. 요즘 계속 살이 찌는 것 같아요” 남편과 나는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 좋아 보여 한 칭찬의 말인데, 왜 사람들은 칭찬받기를 힘들어 하는 걸까.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부모님,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칭찬 한마디가 우리를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 된 것 같은데...

때로는 엄마에게 ‘막내가 최고야’라는 칭찬 한마디 들으려고 저녁마다 설거지를 도맡아가며 했고, 학교에선 담임선생님의 칭찬을 들으려 환경미화반장까지 자처했던 과거의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공부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어린 시절, 나는 성적으로는 도저히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나의 부지런한 근성이 칭찬을 받게 했고, 또 그 칭찬을 먹고 오늘날 이렇게 까지 나름 반듯하게 자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칭찬을 들으면 꼭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곤 했다. 정말 고맙고 기분 좋았기에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한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칭찬에 인색하기도 하고, 누군가 자신을 칭찬이라도 하면 이것을 받아들임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듯이 곧바로 밀어내려 한다.

물론 아부나 입에 발린 소리는 구분되어야 한다.

하지만 상대가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칭찬이라면,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수긍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이는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아닌가. 상대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서 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이건 보약보다 더 몸에 좋은 언약(言藥)이다.

이제 누군가 칭찬을 해오면 ‘감사합니다'하고 미소 지으며, 곡해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라. 그리고 받은 칭찬이 감사하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진심이 담긴 언약(言藥)을 지어주면 되지 않을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칭찬의 힘이 봄바람을 타고 우리네 삶을 신명나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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