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태영(심리상담사)

2년 전, 논산 상월에 땅을 매입해 지난해 건축을 하고 그해 가을 입주를 마쳤다. 이름 하여 귀촌인이다. 사실 필자는 대구가 고향이다. 연고하나 없는 곳으로의 귀촌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는 말에 힘입어 실행에 옮겼다.

 

물론 명리학·풍수지리학 교수를 지낸 남편의 학문적인 판단을 신뢰했기에 큰 두려움은 없었다. 무엇보다 둥지를 틀게 된 상월이라는 곳은 민족의 명산이자 영산이라는 계룡산이 품은 천년의 고장이 아니던가. 이만하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에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제 막 충청인으로 첫 발을 내딛은 새내기다. 진정한 충청인이 되기 위해서는 좌충우돌 겪어야 할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미 건축을 위한 직영공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지역적, 문화적 차이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필자가 경험하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나눠보려 한다.

 

건축 직영공사 일을 할 때,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 대전, 논산 분들이었다. 6개월 동안 식사와 참을 챙기는 일을 하면서 자주 오해가 생기고 불통이 되곤 했다.

 

분명 ‘그러쥬’ 라거나 ‘가만히 있어봐유’하기에 기다려보면, 결과는 언제나 진행형이었다. 필자는 ‘됐나, 됐다’식의 직접적인 화법과 행동을 그들에게 요구했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속이 터졌다. 그렇다고 일일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하면 감정이 상할 것 같아 꾹꾹 눌러도 봤다. 명색이 상담심리학 전공자로서 나름의 자존심을 지키기도 해야 했다.

 

도저히 일이 안될 것 같아 한마디 하면 ‘뭐가 그리 급해유~그러지 않아도 다 되유’하는데...할 말이 없다. 아니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신기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분들의 말이 점점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속에서 필자의 사고는 예전보다 한결 여유로워졌다.

 

공사기간 역시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지기도 했지만, 집은 더 튼튼하게 지어지고 다듬어졌기에 만족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배움과 깨달음이 있었기에 더욱 더 감사하다.

 

알게 모르게 필자에게는 ‘빨리 빨리, 됐나 됐다’라는 사고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대구․ 경상도 지역민들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성향이 더 컸지 않나 싶다.

 

충청도 사람들이 대체로 무덤덤하고 속내를 잘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반면 남을 속이거나 거짓됨은 없다고 한다. 필자도 인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그동안 양은냄비처럼 살아왔지 않나 반성도 해본다. 이제는 충청도 사람들의 기질을 닮은 뚝배기처럼 살아가고 싶다.

 

오랜 시간, 마감에 쫓기는 일을 해 온 필자에게는 이런 충청도의 환경과 문화들이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유유자적(悠悠自適)의 삶을 이곳 충청도 논산 상월에서 제대로 누리며 살아가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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