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영춘 시인(야우)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타는 애간장 불이 꺼진다

헉헉대는 풀잎

활개 펴 긴 기지개 켠다

땅속 깊이 내려간 욕망

그리움 찾아 되돌아온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설중매 빈병에 갇힌 그리움

쪽문 박차고 지렁이 따라 나와

빗속을 더듬는다

풀이란 풀은 나무란 나무는

모두 물통을 둘러메고

야망의 깃발 휘두른다

복에 겨운 꽃은

열매를 도사리로 몰락시킨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푸른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

가슴속 그리움 싹터

두루마리 추억 풀어놓는다

비가 오면 이렇게 좋은 걸

내려라 적셔라 스며들어라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철철 콸콸 냇물 흐르는 소리

가락 맞춰 마시는 막걸리 흥취

점잖게 잠든 친구 불러내려

은근슬쩍 사알사알

들창문 열어 휘파람을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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