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영춘 시인

한 삶 동안

얼마나 울부짖었던가

한 삶 동안

얼마나 뛰어다니고 싶었던가

목줄만 없었더라면

숱한 사람 물어뜯었을 터인데

목줄이 숱한 도둑놈을 키웠다

 

복달임 전에

털갈이를 마친 견공

오늘은 복날

문지기를 은퇴하는 날

목걸이를 반납

자유의 몸이 되는 날

 

팔자 좋음도 잠시

울부짖음도 잠시

자유의 몸도 잠시

 

이제 목청은 끝이 났다

이제 갈망은 막을 내렸다

한 삶에 남은 건 목걸이뿐

고요하기 짝이 없구나

모두 다 헛꿈이구나

개팔자 개고생 개죽음이구나

그래도 너의 목줄은

누가 뭐라 해도 살신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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