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영춘 시인

낮은 데로 내려와

밑바닥으로 흘러

곤두박질 뒹굴어

다시 일어나

보란 듯 흐르는

물처럼 살라하네

잠시도 멈추지 말고

흐르고 흘러가면서

싹 틔워 잎 피워 꽃 피워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는 물처럼

맑고 깔끔하게 살라하네

멈추어 썩는 물이 되지 말고

흐르며 맑아지는 물이 되라하네

낮은 데로 내려와

밑바닥으로 묵묵히 흐르면서

맑아지는 물처럼

주어진 삶 다하는 날

가벼운 몸이 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가

묵묵히 말없이 살다가

다시 땅으로 떨어진 이슬방울

뒹굴고 부딪치고 자빠지더라도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

색깔 없이 빛깔 없이 맛깔 없이

멋없이 살더라도

받아드리고 용서하는 물처럼

깊게 넓게 맑게 살다가

어느 날 가벼운 몸으로

수증기처럼 표 없이 승천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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