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춘 시인

구름이 높이 떠

그리움을 파랗게 물들인다

바람이 낮게 내려와

풀잎에 추억을 맺혀놓는다

고추잠자리가 바삐 날고

풀씨가 산을 넘는다

가을하늘은 예나지금이나

언제나 늘 바쁘기도 해라

 

잎 떨어져

열매 떨어져

외로움 감추는 나무

보고 싶어 흔들리는 갈대

거기 그대 얼굴

티 없이 맑기도 해라

 

야무지게 꿈꾸다

초록깃발 흔들다

결국 버리고 가야하는 나무

내려다보는 그대얼굴

참으로 파랗기도 해라

 

그대와 함께하기엔

너무나 낡아버린 초로

가을아 하늘아

너를 붙잡지 못해 미안하구나

너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구나

너무 높아만 가는 가을하늘아

들녘에 서있는 갈대

함께하지 못함에

낙엽만 그리움처럼 쌓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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