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연휴에 가볼만 한 유익한 프로그램 없나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봅니다. 특히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게 고대하던 중 해미읍성역사체험축제 개막식 날 지인 가족과 동행하여 행사장을 찾아보았습니다.

 

매년 찾아보는 축제지만 이번에는 특히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오신 분들 만나보니 명절 연휴와 겹쳐 할머니댁을 찾았다가, 혹은 친정을 찾았다가 온 가족들이 많습니다. 몇몇 가정은 명절음식 싸 가지고 나와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 펼쳐 놓고는 축제도 즐기고 가족 친지들과 담소를 나누며 여유를 만끽합니다.

 

참 다양한 우리 농산물 판매장을 지나 우리 소리를 배워보려고 주욱 자리 잡고 앉아 있는 모습도 정겹습니다. 말을 타 보는 어린아이의 얼굴은 긴장하면서도 호기심 가득 즐거운 표정이 역력합니다. 호패를 만드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입구 안내석은 엽전체험을 하려는 관광객들을 대하느라 손놀림이 분주합니다. 대장장이가 붉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두들기고 구부리며 순식간에 농기구를 만들어내고, 엿장수는 경쾌한 가위질로 달콤한 유혹을 해대고, 밀려드는 손님들 덕분에 호떡장수 손에 불이 납니다.

 

활 만들기 체험을 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을 찾아 맨 끝에 선 한 어린이를 만나보았습니다. 경기도 용인에서 왔다는 이 어린이는 “부모님과 매년 이 축제에 와 봤는데 이번에는 색다른 체험꺼리가 많이 있어서 기대된다.”면서 기다리는 것을 지루해 하지 않습니다. 우리 집 늦둥이 녀석도 그 끝을 이어 줄을 섭니다. 활 만들기, 칼 만들기 체험장은 어린이들에게 인기 짱입니다.

 

먼지 폴폴 날려 와 코끝을 간지럽혀 쳐다보니 한쪽에 수북이 쌓아놓은 볏단 위에 올라 아이들이 신명나게 뛰어놉니다.

 

“우리 어릴 때도 저러고 놀았는데, 정말 재밌겠다! 나도 허리디스크만 아니면 같이 뛰고 싶네요. 우리 아이들이 언제 저런 경험을 해보겠어요. 너무 좋네요.” 당진에서 함께 간 지인이 재미나게 뛰어대는 아이들이 날리는 먼지를 다 뒤집어쓰고 옆에 서서는 흐뭇하게 바라보며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립니다.

 

가마니를 올려놓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지게를 져보는 아이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진짜로 이 지게로 쌀가마니를 나르셨대. 가마니가 가벼운데도 이렇게 힘든데 우리 외할아버지는 진짜 쌀가마니를 나르시면서 얼마나 무겁고 힘드셨을까?” 몇몇 아이들 저희들끼리 나누는 대화가 바람 타고 들려옵니다.

 

한쪽에서는 가마니 대신에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놈 지게에 올려놓고 일어나보는 아빠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남편 힘들까 봐 지게 잡아 올려주며 아내는 크게 웃습니다. 그렇게 아빠와 아들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그 옆에 사람들이 빙 둘러 모여 있습니다. 석전체험(돌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막간을 이용해 사회자가 유쾌한 진행을 합니다.

 

“내가 가장 멀리서 왔다고 생각 되신 분 말씀해 보세요. 가장 멀리서 오신 분께 서산생강한과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용인이요, 당진이요, 울산이요, 부산이요, 완도요...”그렇게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아저씨의 발언에 모두 기권을 하고 맙니다.

“이라크요!”

믿거나 말거나 그렇게 이라크에서 왔다는 아저씨 덕분에 모두 크게 웃습니다.

 

사회자의 유쾌한 진행이 계속 됩니다.

“자, 그럼 나는 이 생강한과를 꼭 먹어야겠다. 하는 이유를 대 보세요.”

“입덧이 심할 때 먹고 싶었는데 남편이 안 사줬어요.”

“입덧, 셉니다. 이것보다 더 센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결국 입덧이라는 강력한 한방으로 밀어부친 한 아주머니의 손에 서산생강한과가 들려집니다.

 

함께 참여하고, 함께 웃고, 즐기는 축제장의 하루가 서산에 해 지도록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마지막 날 느지막이 찾아본 행사장은 북적임 없이 청사초롱 불빛 그윽하게 밝혀 돌아가는 관광객들을 마지막까지 호위합니다.

 

전국에서 몰려 온 관광객들에게 그저 그런 축제 아니고 참 유익한 축제로 남녀노소 모두의 기억에 남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피너클 어워드 세계대회에서 3년 연속 수상한 서산해미읍성축제가 이제는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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