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영춘 시인

그는 보통소나무이다

애당초 그는 푸른 소나무였다

앞만 보고 내달리던 어느 날

난데없는 벼락을 맞고

그는 빨간 소나무로 변했다

 

그 뒤로부터 그는

육신과 영혼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의 아픔

구구절절 속속들이 다

이야기할 수 없다

그는 아픔을 내색하지 않는다

음유와 추측으로만 알 뿐이다

 

실뿌리들은 아프다 못해

바늘 끝에 앉은 고통이다

잎은 아프다 못해 면도칼에 잘림이다

가지는 감각 없는 삭정이이다

신경은 아프다 못해 절름발이이다

정신은 아프다 못해 반거들충이이다

영혼은 아프다 못해 아이생각이다

육신의 움직임 바람이 불면 갈대이다

나이테는 붉은데 속은 새카맣다

밤이면 별은 빛나나

그의 잎은 이슬에 젖지 않는다

 

잎이 말라 새도 아니 오고

색깔이 변해 둥지도 틀지 않는다

그래도 욕망만큼은 하늘에 닿는다

나무밑동에서 새순은 움터 나와

그의 삶은 발밤발밤 풍월을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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