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새벽 6시. 3박5일간의 일정으로 서푸른실천연대 회원 10여명이 캄보디아로 떠났습니다. 편안하게 즐기고 돌아오는 패키지 여행이 아니다보니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려고 직항을 놔두고 돌아 돌아 하루 꼬박 걸려 지루한 비행을 해야 하고, 화려한 호텔 대신 봉사지 인근 숙소에 머물며, 잘 차려진 뷔페 대신 몇가지 반찬에 조촐한 식사를 하면서도 이들은 마음만은 포근하고 따뜻했습니다.

오지 시골마을 학교에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가방이랑 학용품을 선물하려고 회원들이 돈을 모았습니다. 새벽에 출발해 저녁 10시가 다 되어 도착해 피곤할 법도 한데 다음날 오전 일찍 학교로 향했습니다. 텅빈 운동장에 모래를 깔고 그네랑, 시소랑, 공중사다리랑, 미끄럼틀을 설치했습니다.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시소를 타고, 그네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고, 공중사다리를 오르며 아이들의 마음도 꿈도 희망도 하늘높이 올라갑니다.

 

“신발도 없이 학교에 온 아이들이 있더라구. 마음이 참 그러네! 우리 돈 많이 벌어서 이 아이들에게 신발도 신겨주고, 열악한 교육환경도 바꿔주고..... 해주고 싶은 것도, 해야할 일도 참 많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미안해 죽겠다.”

 

봉사에 동행한 남편이 카톡이 왔습니다. 그리고 가방을 선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시소를 타고 활짝 웃는 어린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담은 사진도, 땀 뻘뻘 흘리며 모래더미를 나르는 회원들의 멋진 모습도. 사진만 보아도 회원들이 어떤 마음일지, 그곳 아이들이 마음이 어떨지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남편이 땅바닥에 무릎꿇고 찍은 사진을 보내와 카톡 프로필에 올렸습니다. 그것을 보고 친구가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에 봉사 가시는 것 알았으면 우리 아이들이랑 같이 갔으면 좋았을걸. 우리는 매번 즐기고 쉬다 오는 여행만 갔었는데.... 우리는 봉사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니까 다음에 기회가 또 있을 때 우리도 꼭 함께 참여하고싶다고 말씀드려줘. 내 자신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산교육의 장이 될 것 같아.”

 

“그러마“ 약속하며 고마운 대화를 마무리합니다.

 

“내 꿈이 뭔지 알아? 돈 많이 벌어서 왕창 싸들고 아프리카 오지로 가서 부모 잃은 고아들, 먹을 것 없어 굶주리는 아이들 배불리 먹게 해주고 오는거야. 마음은 부모 잃고 배고파서 울고 있는 아이들 다 데려와서 내가 엄마가 돼주고 싶은데....”

 

이렇게 순수한 꿈을 논하던 학생시절이 있었는데... 돌아보니 나만을 위한 삶으로 가득 메워져 있습니다. 내 배만 채우고, 내 집 크기만 늘리고, 내 새끼만 챙겼습니다. 좋은 옷을 걸치고, 큰 집에 살고, 훌륭한 음식을 대하면서도 기쁨이 없었던 것은 아직까지 스러지지 않은 그 꿈이 양심을 만져주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돌아오기 하루 전날 밤 띠동갑 아들 둘을 앉혀놓고 학창시절 내 꿈을 다시 읊조렸습니다.

“얘들아, 엄마 꿈이 뭔지 알아? 돈 많이 벌어서......................................”

선포하고 나니 반드시 꿈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엄마 저도 돈 많이 벌어서 여섯 살 때 만났던 그 세부에 있는 친구들에게 신발 사줄거에요.”

엄마도, 아이들도 나누고 봉사하며 값진 인생을 살아갈 것을 굳건히 다짐합니다. 잠자겠다고 눈을 감은 늦둥이 녀석의 눈가에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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