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영춘

그리운 그해겨울 한낮

세상은 어둑어둑

햇빛 뒤덮은 훈훈한 구름

햇살 안고 내려오다

하늘 중간쯤 허공에서

함박눈꽃 피웠다

나비같이 소녀는 팔랑거렸다

강아지처럼 소년은 팔짝거렸다

나비들 잔치마당

함박눈이 꽃처럼 내려오던 날

꿈만큼 날아오는 목화꽃송이

아홉 살 소년잔등 후끈후끈

할아버지마음처럼 따스했다

은하세계 둘만의 세상

소녀손가락 달콤 따스했다

하얀 세상 숫눈위에

발자국 찍어 추억 겹쳐놓았다

모든 걸 하얗게 잊었다

내일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함박눈이 그저 그렇게 반가웠다

소녀눈빛이 그저 그렇게 즐거웠다

함박눈꽃 나비같이 춤추던 날

소녀를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사랑을 볼 수 있어 흐뭇했다

함박눈꽃 피고지고

오랜 세월 흐른 침묵의 오늘

따스한 목화꽃송이

추억위에 무던히도 내려쌓는데

빛나는 눈동자 보이지 않네

따스한 손가락 잡히지 않네

겹친 추억 더 많이 찍어놓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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