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심층취재] 서산시 인지면 소재 아파트 베란다 보일러 배기가스에 2명 중독 사망

 

평일 아침이었다. 주차장엔 언제나처럼 차들이 가득 차 있었고 영하의 추위에 두툼하게 옷깃을 올린 주민들은 출근길에 바쁜 걸음을 옮기고 꽁꽁 얼었던 승용차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서산시 인지면의 한 고층아파트에는 전혀 이상할 것 없는 하루가 시작됐으며 각 세대의 보일러 연통들은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1층 현관문 위로 높게 줄지어선 보일러 연통을 눈여겨 살피는 주민들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 수많은 것 중의 한 연통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비극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 아파트의 한 세대에서 7살ㆍ9살 두 어린형제를 키우는 엄마는 아침식사를 준비하다가 아이들이 일어나지 않자 늦잠을 자는 것으로 알았다.

여느 때처럼 형제가 자는 방문을 열고 아이들 이름을 불렀지만 평소와는 달리 전혀 대답도 없고 기척이 없었다.

지난 7일 서산 인지면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가스중독사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9일 현장 감식을 벌인 경찰에 따르면 가스안전공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사고 당일 새벽 아이들 방 쪽에서 ‘쾅’하는 소리가 났다는 유족 등의 진술을 토대로 가스보일러 기기 이상 여부와 보일러실 배기가스 연통 틈새가 벌어져 있는 점 등을 집중 감식했다.

지난 7일 숨진 초등학생 형제(7살, 9살)의 어머니가 아침에 아이들 방에 들어가 깨웠으나 숨을 쉬지 않자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 체내에서 가스 농도가 과다하게 검출되고, 형제의 방과 가까운 베란다 보일러실 배기가스 연통 틈새가 벌어져 있는 점 등으로 미뤄 가스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9일 서산경찰서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은 초등학생 형제의 목숨을 앗아간 보일러 배기가스 중독사고 원인은 현장감식 결과 고드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 방에 연결된 보일러실 배기통이 외부 연통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배기가스가 흘러든 것 같다”며 “아파트 위층 외부 연통에 달린 고드름이 떨어지며 아래층 연통을 쳤고 그 충격으로 아이들방 배기통이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계자에 의하면 7일 사고현장에는 연통 윗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졌고 아래 땅바닥에는 조각난 고드름이 널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일러 배기가스 중독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는 실제로 외벽에 아파트 보일러실과 연결된 연통이 위 아래로 줄지어 나와 있었다. 위쪽 연통에 달린 고드름이 떨어지면 아래 연통에 충격을 줘 아파트 내부 배기통이 분리되거나 틈이 생길 우려가 있어 보였다.

이 사건으로 서산지역 아파트들은 비상이 걸렸다. 요즘처럼 기온이 내려간 날씨에는 연통에 고드름이 생길 우려가 크고 언제든지 이런 참혹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가스중독사고 80~90%는 배기구 문제로 발생한다. 특히 바람이 불지 않고 기압이 안정된 날에는 가스 역류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 가스 유출이 의심되면 즉시 창문을 열고 안전점검을 요청해야 한다.

전국지역신문협회 서영태 기자

 

저작권자 © 충남인터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