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심층취재] 서산우체국 30대 집배원 사망, 안타까운 사연 알려져

 

새벽 일찍부터 출근해서 하루 종일 우편물과 소포를 배달하는 집배원들에게 과연 점심시간이라도 주어지는 것일까.

우체국 집배원들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걱정이 큰 가운데 결국 30대의 꽃다운 나이의 집배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서산우체국 집배원이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정확한 사망 경위 파악에 나섰다.

서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에 우체국 집배원 A모씨가 실종됐다는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 차량위치 추적을 하며,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다음날인 27일 오후 3시 26분께 서산시 대산읍 인근 야산 주변에서 A씨가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 안에는 번개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A씨가 업무 과중과 개인 신상 문제 등으로 힘들어했다"는 유족의 진술을 토대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자운동연구소가 2014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28개월간 9개 지방청 41개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집배원 183명의 근무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주당 55.9시간, 월평균 240.7시간, 연평균 2천888.5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나라 일반 노동자의 근로시간 2285시간(2014년 OECD 발표 기준)보다 600시간 이상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7년 7월 1일부터 10일까지 전국 집배원 2천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배원들은 하루평균 10.9시간, 주당 55.2시간, 월평균 239.1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아산우체국 집배원 2명이 과로사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관계자에 따르면 집배원의 주당 업무시간은 65시간이었으며 출근시각이 6시 30분이고 퇴근시간이 7시 30분이었다.

휴식시간도 따로 명시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밥 먹을 시간도 없었고 사망자의 건강기록을 떼보니 손하고 발하고 일주일에 항상 한 두 번씩 물리치료를 할 정도로 열악한 근무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산우체국 00집배원은 “대부분의 집배원들은 고된 강도의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데 인원 충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원 충원을 해주지 않는데 정부는 주5일제를 권장하니 한명의 집배원이 감당해야 하는 노동시간과 노동 강도의 부담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집배원에 의하면 열악한 노동조건의 원인은 결국 인력 충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정부가 예산을 늘려 부족한 인원을 보충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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